현대중공업 노동자 ‘악마’ 만드는 3가지 방법
현대중공업 노동자 ‘악마’ 만드는 3가지 방법
주총 앞뒤로 오보와 왜곡 이어져…사측 거짓 받아쓰기‧노조 폭력성 부각‧노동자 갈라치기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31일 노동자들의 반대를 피해 주주총회 시간‧장소를 기습으로 바꾸고 3분 만에 법인분할을 결정했다. 보수언론과 경제지를 중심으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점거농성과 주주총회 과정을 두고 ‘기승전 노조탓’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이들 보도가 속속 오보로 드러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노동자들은 27일 주주총회장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노조가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기습 점거하는 과정에서 노사 충돌이 일었다.

대다수 언론은 노조의 폭력에 사측 직원이 “실명 위기”에 놓였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세계일보‧이데일리‧데일리안 등이다. 이같은 보도가 줄잇자 자유한국당과 한국경제인총연합회(경총)도 이를 인용해 노조의 “과격함”과 “무법천지”를 비난하는 입장을 냈다. 주요 통신사를 비롯한 최소 22개 매체가 다시 이를 받아썼다.

사측 직원이 ‘실명 위기’에 놓였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취재기자와 경찰 측 설명을 종합하면, 병원과 경찰 관계자는 “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고, 실명 위기처럼 심각한 경우는 없었다. 모두 당일 병원을 나섰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현지 기자들 대상 단체대화방에서 “7명이 병원으로 옮겨졌고 1명은 실명 위기”라고 주장했다. 언론은 사측의 일방 주장만 받아썼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거짓 안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당시 상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며 “자세히 언급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중앙일보 28일 지면 보도(위쪽). 당일 중앙일보는 온라인에서 제목과 본문을 고치며 아래와 같이 밝혔다.
▲중앙일보 28일 지면 보도(위쪽). 당일 중앙일보는 온라인에서 제목과 본문을 고치며 아래와 같이 밝혔다.
▲‘직원 실명 위기’ 주장은 검증 없이 보도됐고, 자유한국당과 경총의 입장을 언론이 받아쓰며 확대재생산됐다. 네이버뉴스 검색 결과 갈무리
▲‘직원 실명 위기’ 주장은 검증 없이 보도됐고, 자유한국당과 경총의 입장을 언론이 받아쓰며 확대재생산됐다. 네이버뉴스 검색 결과 갈무리

오보를 낸 언론 가운데 중앙일보만 기사를 고쳤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27일 경찰에 확인 취재를 못했는데 회사 내부 사정으로 ‘실명위기’ 표현이 실렸다. 다음날 경찰에 확인해 곧바로 제목과 본문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일보 지면엔 제목과 본문에 “현대중공업 노조 주총장 점거농성, 사측 ‘경비원 7명 부상…1명 실명 위기’”라고 실린 뒤였다. 이외 매체들은 현재까지 기사를 수정하지 않았다.

한편 현대중공업과 경찰이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노조원과 소액주주 진입을 물리력으로 막은 채 ‘기습 주총’을 성사시킨 현장을 두고도 노조원의 ‘폭력성’만 부각한 보도가 쏟아졌다. 주총 당일, 연합뉴스를 비롯한 통신사와 주요 언론은 조합원들이 체육관에서 의자와 책상을 던지고 소화기를 뿌렸다고 보도했다. ‘노조원의 뒤늦은 화풀이’가 이날 기사들의 공통 키워드였다.

이 역시 사측 관계자 입장만을 그대로 받아쓴 결과다. 주총 당시 영상을 보면 사측 용역이 후문으로 들어오려는 노조원들을 향해 의자와 책상을 던지고 휘둘렀다. 사측이 소화기와 우산을 준비해 노조원들을 향해 쐈다는 증언과 영상도 이어진다. 당시 대오 맨 앞줄에서 용역과 대치했다고 밝힌 한 노조원은 “용역이 우릴 향해 소화기를 쏘는 바람에 분말을 마시고 힘들어 뒤로 빠졌다”고 했다. 그는 “용역을 뚫고 길을 트려는 입장에서 왜 소화기를 뿌려 시야를 가리겠느냐. 게다가 조합원들은 주총장이 바뀌었단 소식에 황급히 오토바이를 타고 도착했다. 어느 틈에 소화기를 준비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이같은 노조 주장을 균형 있게 담은 보도는 찾기 힘들었다.

▲31일 조선일보 보도 갈무리.
▲31일 조선일보 보도 갈무리.
▲31일 울산대학교 체육관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현장 영상 캡쳐. 검은 옷을 입은 사측 용역이 의자를 집어 후문을 향해 던지고 있다.
▲31일 울산대학교 체육관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현장 영상 캡쳐. 검은 옷을 입은 사측 용역이 의자를 집어 후문을 향해 던지고 있다.

한편 경찰과 사측은 기습 변경된 장소에 미리 배치돼 회사 주식을 지닌 노조원들의 진입을 물리력으로 막았다. 노조원들은 잠긴 문을 깨고도 경찰과 사측에 막혀 주총에 참가하지 못했다. 주총이 끝난 뒤 노조원이 분개할 수밖에 없는 맥락은 언론보도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달 31일 주총을 앞두고 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도 사실과 다른 기사들이 났다.

한국일보는 주총 당일인 31일 새벽 4시50분께 단독보도를 냈다. 경찰과 사측이 오전 5~8시 사이 한마음회관 농성 진압 합동작전을 편다는 내용으로, 사실이 아니었다. 기사는 현장 노조원과 기자, 경찰을 놀라게 했다. 울산동부경찰서 관계자는 “현장에 시너가 비치돼 있는데 왜 위험을 자초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해당 기자는 “경찰 정보과발 정보가 너무 구체적이라 기사화했다. 현장을 지켜보다 5시10분께 기사를 내렸다”며 “경찰이 ‘주총장을 변경하지 않는다’는 거짓 정보를 언론에 흘리려 한 듯하다”고 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경찰이 사측과 ‘주총장 변경’ 시나리오를 짰는데, 한국일보가 오보로 이를 도운 셈이 됐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측이 주총 장소 변경을 알린 긴박한 상황에 오보를 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조합원들에게 한마음회관 앞 ‘즉각 집결’ 명령했다’는 보도다. 현대차지부 집행부는 그런 명령을 한 적이 없다. 다만 ‘경찰 등이 한마음회관 진압을 시도하면’ 금속노조 울산지부와 함께 연대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고, 결국 파업을 하지 않았다. 홍재관 현대차지부 대외협력실장은 “노조를 ‘막가파’로 그리는 보도가 쏟아졌는데, 이 기사도 그 프레임을 덧씌웠다”고 했다. 해당 기사를 쓴 중앙 기자는 “다른 기사에서 노조 입장을 다뤘기에 오보라 보긴 어렵다”고 했다.

주총 이후에도 보수 일간지를 중심으로 노조의 폭력성과 노조원들의 갈등을 부각하는 왜곡보도가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문화일보‧동아일보‧뉴스1 등은 지난 4~5일 노조의 사기가 낮아지고 파업대오가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5일 1면에 “지난주 하루 3000명 수준이었던 파업 참여자는 2000명을 밑돌았고 (…) 4일엔 1500명으로 줄었다”고 했다.

▲5일자 조선일보 10면(1면 후속).
▲5일자 조선일보 10면(1면 후속).

노조가 인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실제 파업대오는 증가 추세다. 김형균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은 “휴가를 쓰지 않고 실제 파업에 공식 참여하는 인원은 7일 현재 2500여명으로 조금씩 늘고 있다”며 “언론이 사측이 주는 주장을 검증 없이 받아쓰는 듯하다”고 했다.

조선일보와 문화일보, 뉴스1 등은 지난 3일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이 불참한 노조원을 ‘집단 구타했다’고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지도부가 파업 불참 동료를 쥐새끼라고 불렀다”는 주장도 실었다.

이들 매체는 경찰이 현대중공업 노조원 3명을 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노조도 상대 노조원을 경찰에 고소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개인 간에 불거진 갈등을 노조의 일방 폭력으로 묘사한 셈이다. 울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집단구타’라는 표현을 두고도 “이는 맞았다고 주장하는 이의 주장”이라며 “실제 상황은 조사한 뒤에야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김형균 실장은 “여느 집단이 그렇듯 개인 간 갈등이 있지만, 집행부가 나서 불참 노조원을 쥐새끼라고 부른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조선일보엔 해당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 언론은 이같은 ‘노조 때리기’식 오보와 왜곡보도를 내놓은 뒤, 오피니언란에선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경찰, 민주당 등이 민주노총에 무력하다” 혹은 “노동계에 편향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문화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등이다.

▲3일자 중앙일보 18면.
▲3일자 중앙일보 18면.
▲4일자 문화일보 사설.
▲4일자 문화일보 사설.

대표로 중앙일보는 3일 ‘현대중 충돌현장, 정부는 없었다’라는 기자칼럼에서 “이번 노조 파업은 경영권 개입으로 사실상 불법이다. 불법 파업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고용부는 지켜보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현대그룹이 창간한 문화일보는 4일 사설에서 “불법시위로 정상 기업활동마저 봉쇄당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이런 행태가 노조를 더 기고만장하게 하는 악순환이 빚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 매체는 현대중공업 측이 제기한 ‘노조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기각한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울산지방법원은 지난달 10일 사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쟁의행위는 평화적 단체교섭의 실현을 뒷받침하고 근로자들의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장석원 금속노조 기획부장은 “의도적 왜곡부터 사측 주장을 받아쓰며 크로스체크 않는 경우, 없는 사실을 보도하는 경우에 이르기까지 사안이 하도 여럿이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면 대다수 언론을 적으로 돌리는 격이 될 지경”이라며 “이번 현대중공업 사안을 통해 드러난 건 언론이 취재와 보도를 부실하게 한다는 류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언론과 경제지를 중심으로 자본, 즉 대기업과 함께 사안을 기획하고 결과를 나눴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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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6-09 13:20:53
개인적으로 돌발상황을 미리 차단하지 못한 둘 다의 책임이라고 본다. 쌍방x행에 한쪽만 책임이 있던가. 노조의 말이 아무리 합리적이라도, 쌍방x형에서는 정당성을 얻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