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 수사경찰 “조선일보 사장 피해자라 생각해 도와주려”
장자연 사건 수사경찰 “조선일보 사장 피해자라 생각해 도와주려”
조선일보 vs PD수첩 재판 증인 “사회부장과 연락·조율… 철저한 수사에도 방 사장 증거 없어”

2009년 고 장자연 사건 수사 실무를 지휘한 최원일 전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이 10일 오후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철저히 수사했지만 증거가 나오지 않아 되레 피해자일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해 10월 이동한 조선뉴스프레스 대표와 조선일보가 장자연 사건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과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소송 변론기일이었다. 10여년 전 퇴직한 최 전 과장은 PD수첩 측 증인으로 재판정에 출석했다.

조현오 전 청장은 지난해 7월 PD수첩 방송에서 “조선일보 측 관계자가 내게 찾아와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정권을 퇴출시킬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하고 한판 붙자는 거냐’고 했다”며 조선일보의 외압을 폭로했다. 방송에서 외압을 가한 인사로 지목된 이가 이동한 대표다.

조 전 청장은 앞서 변론기일에서 이 대표가 2009년 자신을 찾아와 “조선일보 사회부장으로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조선일보를 대표해 말씀드리는 것이다. 우리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퇴출시킬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일보와 한판 붙자는 것인가”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2009년 당시 조 전 청장은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 수사를 총괄했다. 최 전 과장은 수사 상황을 매일 같이 구두로 조 전 청장에게 보고한 부하 직원이었다.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사진=김도연 기자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사진=김도연 기자

최 전 과장은 재판에서 조 전 청장과 이 대표의 2009년 만남과 두 사람 사이 오간 대화 내용, 이 대표가 조 전 청장에게 압박을 가한 사실 등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사회부장이었던 이 대표와는 조 전 청장 소개로 알게 됐다고 했다. 최 전 과장은 이 대표와 조선일보 관련 수사 등을 조율하고 경찰도 필요한 정보를 받기 위해 자주 접촉했지만 조선일보 측 외압은 없었고 두 사람의 연락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오갔다고 밝혔다.

최 전 과장은 지난해 7월 서울동부지검에서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 조사를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2009년 조 전 청장이 조선일보 측 외압을 받았다는 전언을 들었다고 했다. 최 전 과장은 “조사 이후 물어보니 조 전 청장이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나한테 이명박 정권을 세울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그런 조직과 붙어보겠느냐고 협박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최 전 과장은 “이동한씨가 내게 방 사장이 경찰 조사를 안 받을 수 없느냐고 해서 조사는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했다”며 “그러니까 이씨가 경찰관서에서 조사 받는 건 사람을 두 번 죽이는 거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며칠 숙고했다. 조현오 청장도 경찰관서에서 조사 받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느냐고 물었다”고 증언했다.

최 전 과장은 “장자연 문서에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고 적혀 있어 휴대전화 통신 조회, 개인 위치 동선까지 방 사장을 철저히 수사했지만 아무 증거가 없었다”며 “이 사람이 피해자일 수 있겠다 싶어 도와주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방 사장은 2009년 피의자 신분인데도 조선일보 사옥에서 경찰의 방문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장자연 유족에게 고소 당한 KBS 기자 2명도 KBS에서 방문 조사한 바 있다.

최 전 과장은 “경찰관서 조사가 원칙”이라면서도 “청장이 특정 사안과 조사 방식을 언급한 건 드문 일이지만 방문조사가 특별히 이례적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통상적이진 않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최 전 과장은 장자연 사건에 연루된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방상훈 사장 동생)과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방상훈 사장 아들) 조사도 철저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조선일보에서 제공 받은 번호를 조사한 것이냐’는 피고 측 변호인 질문에 “제공받은 번호로, 조선일보사에서 사용하는 공용 휴대전화를 모두 조사했다”고 말했다.

증인 신문이 끝난 뒤 최 전 과장은 미디어오늘과 만나 “오늘 증언은 내가 경험한 사실 그대로 진술했다”고 했다. 그는 “‘방’자가 붙은 건 다 조사했다고 봐도 된다”며 “조선일보 공용폰을 받아 모두 조사했고, 기지국 등을 통해 위치까지 다 파악했다. 방 사장 아들도 처음엔 부인했지만 장자연씨를 만난 사실은 시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전 과장 주장과 달리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는 지난 5월 장자연 사건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문건 속 ‘조선일보 방 사장’이 누구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검경의 부실한 수사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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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7-10 21:34:58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철저히 수사했지만 증거가 나오지 않아 되레 피해자일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 거대권력이 피해자라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수사 의지가 별로 없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