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의 윤리와 권리 그리고 독일의 ‘유튜버 노조’ 
유튜버의 윤리와 권리 그리고 독일의 ‘유튜버 노조’ 
[이유진의 베를린 노트]

6살 아이에게 대왕문어를 쥐어주고, 자신이 기르던 개를 패대기친다. 아동학대에 동물학대, 욕설과 혐오발언 정도는 이제 그렇게 큰 사건도 아니다. 자유와 방종을 넘나드는 유튜브 세계에서는 가짜뉴스조차 콘텐츠가 된다. 모든 것이 가능한 유튜브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윤리. 파급력과 영향력, 경제적 이익까지 따라오는 유튜브에서 윤리 담론을 들어본 적이 없다. 윤리가 실종된 유튜브에서 규제와 통제 담론이 따라오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독일은 유튜브 규제, 유튜버의 윤리와 권리 논쟁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먼저 유튜브 독일 지사는 한국 지사보다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다. 2017년부터 독일에서 시행 중인 ‘소셜네트워크에서의법집행개선을위한법률(NetzDG, 이하 네트워크집행법)’ 때문이다. 이 법은 혐오적이고 불법적인 콘텐츠·가짜뉴스 등에 대한 플랫폼의 책임을 강조한다. 

유튜브를 포함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업자들은 이용자들이 불법적인 콘텐츠를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고, 신고가 들어오면 직접 심사해서 걸러내야 한다. 불법적인 콘텐츠로 판명 나면 빠르면 24시간 안에 게시물을 삭제한다. 1년에 두 차례, 이러한 활동 통계를 담은 보고서도 발행해야 한다. 반드시 독일어로, 보고서는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최대 500만 유로(약 70억)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간 ‘개인’의 콘텐츠를 연결하며 뒷짐만 지고 있던 플랫폼 사업자에게 공간의 관리 책임을 맡겼다.

독일에서는 이 법을 두고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검열제도’라는 비판이 일었다. 벌금을 피하기 위해 사업자들이 콘텐츠를 자의적으로, 손쉽게 삭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민혐오와 외국인 혐오,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으로 콘텐츠가 순식간에 확장되는 사회에서 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더 실렸다. 

‘네트워크집행법’이 시행된 지 1년 반, 그동안 유튜브는 세 건의 보고서를 발행했다. 가장 최근 보고서를 보면 6개월간 총 30만4425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이중 실제 부적절하다고 판단되어 삭제된 영상은 7만1168건, 대부분 신고가 들어온 지 24시간 이내에 처리됐다. 혐오 발언과 정치적 극단주의 관련 영상이 가장 많았고, 인격권 침해 및 모욕·포르노·사생활 침해·폭력적인 영상이 뒤를 이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디자인=이우림 기자.

이 보고서로 유튜브의 실태를 조망할 수는 있지만 법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신고 건수에 비해 실제로 처리된 건수가 많지 않는다는 점, 독일법이 적용되지 않는 지역의 콘텐츠 처리 문제, 심사 기준 및 결정 과정에 관한 의문도 제기됐다. 독일 정부가 잘 모르고 ‘귀찮은’ 관리 책임을 그저 플랫폼 사업자에게 떠넘긴 것으로도 해석됐다.

이 와중에 독일의 인기 유튜버인 미르코 드로치만(Mirko Drotschmann)은 최근 유튜버 윤리강령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그는 구독자 100만 명이 넘는 유튜브 시사상식 채널 ‘미스터비쎈투고(MrWissen2go)’의 운영자다. 드로치만은 독일언론과 인터뷰에서 “인터넷에도 품질표준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언론의 윤리강령과 같은 자율의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규제와 통제 담론 속에서 유튜버의 윤리와 자율규제에 대한 논의가 뒤늦게나마 시작된 것이다. 

독일 유튜브 생태계에서는 유튜버들의 ‘직업적 연대’도 눈에 띈다. 지난해 봄 독일 유튜버들이 노조를 만들었다. 이들은 독일 최대 규모의 금속산별노조(IG Metall)와 연합해 힘을 키우고 있다. 유튜브와 유튜버를 사실상 고용 관계로 보고, 고용자에게 사회보장 비용을 요구한다. 유튜브의 각종 의사결정과정을 들여다보고, 참여하고자 한다. 독일에서는 규제와 통제에 맞서 유튜버의 윤리와 권리 담론을 그 누구도 아닌, 유튜버들 스스로 이끌어가고 있다. 

한국은 어떤지 찾아봤다. 지난해 봄 방송통신위원회가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를 개최했다. 인터넷 개인방송의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협의회에 유튜버 한 명이 없다. 자율규제의 ‘자율’은 누구의 자율인가? 주요 기관 및 회사 대표들이 모여 찍은 ‘인증샷’은 10년 전 정부 행사의 단체 사진과 다를 게 없었다. 유튜브는커녕 윈도우XP의 향기가 났다. 

한국에도 유튜버의 모임이 있긴 있다. 인터넷 카페에 모여 정보를 나누고 밋업(정모)도 한다. 대개 채널 운영 팁이나 영상 소스를 공유한다. 신나게 콘텐츠를 만들어 구독자 수를 높이고 큰돈을 버는 것, 좋다. 하지만 유튜버들 스스로 윤리와 권리를 찾지 않는다면, 유튜브에서 채널 하나 만들 줄 모르는 이들이 규제와 통제의 벽을 세울지도 모른다. 

※ 이유진씨는 6년째 독일에 거주하며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한국에서 세계일보 기자로 일했고 이후 독일 유학을 떠나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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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8-11 09:50:47
혐오는 작은 것부터 퍼져서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가 된다. 그러나 당시 이런 혐오정책을 만든 사람은 청렴을 가장 강조한 사람들이었다. 정식으로 발간되는 신문의 가짜뉴스가 유해할까, 아니면 영향력 있는 유튜버의 가짜뉴스가 유해할까. 한국에서는 신문의 가짜뉴스가 더 영향력이 있고 100배는 유해하다. 이들은 전문가인 척 말하며 학력과 경력으로 국민을 선동한다. 유튜브의 문제점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변화도 있다. 댓글 쓸 때 혐오조장 하지 말고 조심하라는 문구가 새로 생겼다. 여유를 가지고 가자. 독일신문 신뢰도와 한국신문을 비교할 때, 유튜브도 중요하지만, 신문의 가짜뉴스가 국민을 더 고통스럽게 한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청취 후에 정책을 만드는 게 어떨까. 모든나라의 일치된 정의는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