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일자리 비판 좋다, 다만 뭔지 알고 해달라”
“광주형일자리 비판 좋다, 다만 뭔지 알고 해달라”
[인터뷰] 박병규 광주시 사회연대일자리특보, 계속된 노동계 비판에 “광주형일자리 이해 없다” 반박

광주형일자리를 둘러싼 민주노총 등 노동계 일각의 비판에 박병규 광주광역시 사회연대일자리특보는 “이 정책을 이해하고 비판해달라”며 거듭 반박했다. 박 특보는 2014년 광주형일자리 사업을 처음 구상해 제안했고 이를 수용한 윤장현 전 광주시장은 취임 직후 그를 광주시 사회통합추진단장에 임명했다. 박 특보는 지난해 1월부터 사회연대일자리특보로 임명돼 광주형일자리 사업을 계속 추진 중이다.

광주형일자리는 추진 초부터 ‘반값임금’ ‘임금 하향 고착화’ ‘노동권 배제’ 등의 비판을 받았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가 대표적으로 주장했다. ‘반값임금’ 구호는 철회됐지만 민주노총은 광주형일자리가 여전히 임금억제 일자리 정책이고, 이 모델이 확산되며 지자체 간 임금 경쟁을 더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대화가 왜곡돼 대기업 투자 유치가 우선시되면서 결국 노동권 배제 흐름으로 귀결된다는 우려도 있다.

여기엔 동희오토를 둘러싼 노동계 경각심도 있다. 기아차 '위탁생산공장' 동희오토는 기아차 ‘모닝’부터 ‘레이’, 레이 전기차까지 차종이 확대돼 많게는 연간 28만 대까지 생산한다. 2001년 850여명 생산직 전원이 사내하청 노동자인 ‘비정규직 공장’으로 설립·운영되며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저임금, 무노조 경영으로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었다.

실제 설립 초기 공장장이 “무노조 공장을 목표로 세웠다”고 언론 인터뷰를 했고 금속노조 산하 사내하청지회가 생긴 직후 하청업체를 폐업하는 등 노조파괴도 일삼았다. 실제로 동희오토식 생산 구조는 현대모비스부터 현대파워텍 등 계열사, 1차 부품 협력업체 등에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됐다. 노조엔 뼈아픈 역사다. 기아차 노조가 '임금비용이 높은 정규직이 경차를 생산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사측이 요구한 동희오토 설립을 합의해준 점에서다. 

민주노총은 광주형일자리부터 현재 전국으로 퍼진 지역 상생형 일자리도 불참 방침을 정했다. 박 특보는 민주노총이 광주형일자리에 대해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지난 9월26일 박 특보와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지난 9월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한 박병규 광주시 사회연대일자리특보. 사진=김용욱 기자
▲지난 9월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한 박병규 광주시 사회연대일자리특보. 사진=김용욱 기자

-광주형일자리 이해를 먼저 하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민주노총 반대 논리를 들으면 광주형일자리 정책을 이해하지 않고 말하는 것 같다. 실제로 광주형일자리를 완성차 공장의 ‘반값임금’이라고 했다가 철회했고, 광주형일자리는 반대하면서 울산형일자리엔 아무 말 하지 않고, 주장이 일관되지 않다. 찬성이든 반대든, 참여든 불참이든 좋다. 다만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노조는 노동자들이 노동정책에 입장을 갖게끔 만들어야 하는데 (민주노총은) 입장이 없다. 광주형일자리 관련해 지금까지 말한 게, 준비가 됐으면 나와 토론을 하자는 것, 안됐으면 강의·설명이라도 들어보라는 것인데 한 번도 내 얘길 듣지 않았다.”

-광주형일자리에 담긴 구체적인 고민은?
“노동운동에 오래 몸담았다. 90년대부터 기아차 광주공장 노동자로 있었는데, 대기업에 있는 한 경제적 어려움이 크지 않았지만 중소 협력업체들 보면 희망이 없었다. 대기업에 취직해 신분전환을 하는 게 희망이었다. 임금, 고용안정, 복지, 작업환경 모든 게 차이가 컸다. 노동운동의 생명은 연대다. 이 연대를 어떻게 실현할까 오래 고민했고 일자리를 통한 연대만이 진정한 연대라고 봤다. 일자리의 높고 낮음이 없게 만드는 경제적 연대가 중요하다고 봤다.

질 좋은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했다. 크게 4가지 요인을 생각했는데 하나는 기업들의 해외 투자 진출과 자동화 확대, 두 번째는 원·하청이나 정규직·비정규직 간 불평등 문제였다. 정규직에게 정리해고는 살인이지만 비정규직에겐 일상이다. GM군산 공장 경우도 정규직들은 투쟁해서 최소한 생존권을 보호할 수 있었다면 비정규직은 그렇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가 산업화 시기처럼 산업고도화가 이뤄진다거나 현재 산업 구조에서 고용을 촉진할만한 기제를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새로운 일자리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민주노총 등은 임금 하향화 등 노동조건 후퇴를 우려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동희오토 내부 문제는 차치하고, 단적으로 동희오토가 평균 연 3500만원을 받는다면 현대기아차는 9000만원 선인데 동희오토 설립된 지 18년 정도 됐다. 이 때문에 기아차 임금 하향화됐다는 말 들어본 적 없다. 임금 하향 평준화라면 이 임금이 전체 제조업이나 지역 평균임금보다 낮아야 하는데 광주형일자리가 그런가. 광주형일자리를 전체 일자리 구조 속에 놓고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같이 말해야 한다. 다른 일자리 다 지우고 광주형만 말하면 안된다.

어떤 얘기를 하려면 같은 조건에서 시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만들어질 땐 기업주가 전권을 가지고 시작한다. 기업은 이익극대화가 우선 목표고 그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설계한다.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노동 문제가 이 연장선에 있다. 광주형일자리는, 이 문제를 충분히 겪었기에 뭔가 노동자들이 그 기업의 주인으로서 역할할 수 있는 장치들이 갖춰진 기업을 만들어야 하지 않냐는 고민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가. 사회적 대화 자체에 대한 불신이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사회적 대화를 한다고 갑자기 노측 교섭력이 확보가 되느냔 물음이다.
“문제의식은 동감한다. 우선 노조가 광주형일자리 대화기구에서 목소리낼 수 있다. 지난 4~5년 간 한국노총 광주본부가 자기 목소리를 내왔다. 사용자는 노조가 없으면 더 자기 마음대로 한다. 그런데 노조 때문에 그게 안된다. 이 노사관계 속에서 늘 어떤 타협 지점이 만들어진다. 임금인상 10만원 요구했다가 3만원으로 타결되듯이 이것도 마찬가지다. 노조가 참여해 제어를 하는 상황에서, 굉장한 갈등과 경합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상생이 될지 기존 일자리와 같을지 아무도 장담은 못 한다. 다만 나도, 지역 노동계나 시민사회도 상생을 만드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거다. 노사민정 협의회에 민주노총이 언제든 들어올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놨다. 민주노총 의견에 반해서 결정될 가능성은 없다. 그러면 차라리 (협의회가) 중단될 것이다. 다수결로 결정될 가능성도 없고, 혹여 다르게 결정된다면 그때 행동을 해도 된다. 자본이 일방적으로 만드는 일자리가 좋은지, 노동계·시민사회가 참여해서 만드는게 좋은지 물으면 후자가 0.0001%라도 좋지 않을까.”

▲지난 9월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한 박병규 광주시 사회연대일자리특보. 사진=김용욱 기자
▲지난 9월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한 박병규 광주시 사회연대일자리특보. 사진=김용욱 기자

-사업을 추진하면서 노와 사의 협력을 이끄는 게 관건이었을텐데 어떻게 했나?
“가장 큰 문제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노조가 힘을 가져야 하고, 그동안 받았던 피해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째로 광주시청이 모범적인 노동존중 정책을 집행하면서 구조를 바로 잡는 게 필요해보였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생활임금 책정, 청소년노동인권센터 설립 등 지자체 노동정책이 입안됐고 집행됐다. 둘째로는 노조가 커져야 하는 것. 양대노총 조합원이 200만명이라는데 1000만명, 2000만명이 돼야 노조가 바뀐다. 그렇지 않으면 소수가 결정권을 휘두르는 등 노조운동이 비민주적으로 운영된다. 2016년 더 나은 일자리위원회 TF를 만들어 노동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이끌었고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원·하청 관계개선 △노사책임경영 등 원칙을 정했다.”

-실상 협약을 보면 노조보다 노사협의회를 우선시하거나, 차 35만대 생산할 때까진 임금협상을 노사협의회에 맡기는 등 노동권 배제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기업은 노동을 어떻게든 배제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자조건을 그리 만드려 할 거고 그래서 그런 문구들이 나온다. 노조로선 그런 문구가 임금인상을 막거나 노동권을 제약하면 안되니 못 하게 막아야 한다. 노조로선 마음에 안 들지만 한편에선 ‘그 표현을 넣고 싶으면 넣어라’고 하고, 임금인상을 못 하게 하거나 노조를 못 만들게 하는 이런 내용은 없이 합의를 한 것이다.”

-광주시가 현대차에 끌려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견 일리 있는 주장이라 생각한다. 기업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한 축으로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상생형 일자리는 기업이 주도하면 안 만들어진다. (노사민정이) 같이 가야 만들어진다. 광주형 일자리도 (가치가) 충분히 공유되면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는데 서두르면 빨리는 가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민주노총 참여를 계속 말하고 관심가져 달라는 것도 이런 얘기다. 관심 갖고 들어와서 말을 해달라.

실제 과정에서 노사민정 모두의 적극적인 동의는 없었다. 광주지역 시민사회와 노동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일부만 동의해줬고 그 동력으로 일했다. 일자리를 지금보다 개선하는 게 목표다. 그게 안되면 옛날 일자리로 돌아갈 테지만 그보다 더 나빠지진 않을 거다. 마지노선을 현재로 놓고 최대한 노력해서 이보다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걸 이상의 잣대로 재단하려 하지 말고 지금 일자리 구조가 공정한지부터 얘기해달라.”

 

● 광주형일자리란

박 특보는 광주형일자리를 "지역사회가 양극화해소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해법을 사회적 대화로 모색하고 노사관계와 산업혁신을 통해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좋은 공동체를 만들려는 지역혁신운동"이라 설명한다. 2014년 윤장현 전 광주시장 취임 후 본격 추진돼 4년 간 노사민정의 연구·협의 과정을 거쳐   4대 의제를 도출했다. 4대 의제는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이다. 

사업은 지난 1월 현대차와 광주시 간 투자협약이 성사되면서 본격 궤도에 올랐다. 협상 끝에 지난 8월 광주형일자리 자동차공장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설립됐다. 총 투자자는 36개사로, 재단법인 광주그린카진흥원(광주시)이 483억원(21%)을 출자해 1대주주, 현대차가 437억원(19%)를 출자한 2대 주주, 260억원(11.3%)를 출자한 광주은행은 3대 주주다. 총 사업비는 5754억원으로 자기자본금 2300억원, 타인자본 3454억원으로 구성됐다. 나머지 자본금은 지역 기업, 건설사, 자동차 부품사 등이 부담했다. 현대차는 스스로를 "경영권 없는 비지배 투자자"라 밝히고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현대자동차의 경차급 SUV 신규차종을 위탁생산한다. 연 10만대 생산이 목표고 가동 초기엔 연 7만대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2021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전체 노동자 평균 초임은 주 44시간 근무 기준 연 3500만원으로 정했다. '선진임금체계'란 명목으로 직무급·직능급제가 도입되며 경영실적과 연동한 성과급, 유연 인력 운영 제도 등도 도입한다. 

노사 교섭 조건을 부속합의문 '노사상생 발전 협정서'로 정하며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협력적 노사상생모델을 구축해 갈등을 예방·조정한다는 취지로 근무조건 협의 주체를 '상생노사발전협의회'로 정했다. 기간은 새 법인이 35만대 누적 생산량을 달성할 때까지로 약 5년이다. 노사 분규가 생기면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 등 사회적 대화 기구의 중재를 받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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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10-08 12:58:14
과연 2대 주주인 현대차가 가만히 있을까. 물론, 노동자 입장을 100% 반영하는 사업은 자체가 이뤄지기 힘들다. 노조파괴의 여러 사례를 연구해 보고, 2대 주주인 현대차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조건을 배제해야 한다. 노사가 조금씩 양보해야 안전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단점이 크면 국회 입법으로 노동법을 추가 개정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바쁘더라도 정치에 꾸준하게 관심을 두고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한다. 노동과 정치는 절대 뗄 수 없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노동자의 안전이 보장된다는 걸 노동자 스스로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