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시위대, 자본주의를 직면하다
검은 시위대, 자본주의를 직면하다
[미디어 현장] 홍콩 시위 현지 취재기

기자는 9월 홍콩에 머물렀다. 특히 청년들과 함께했다. 지금 홍콩 시위는 청년이 주도하고 있다. 10대 청소년이 시위 선봉에 나서는가 하면, 각 학교 앞에서도 다양한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이 홍콩 청년을 거리로 부른 걸까. 청년이 주도하는 시위에 어떤 사회적 배경이 있던 걸까. 기자가 만난 홍콩 청년들은 지금 시위가 ‘미래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홍콩은 완전고용률을 보이지만, 일자리 92만 개는 열악하다. 홍콩 최저임금은 한화로 6천 원 미만, 빈곤 인구는 137만7천 명이다. 홍콩 인구 5명 중 1명은 빈곤층에 속한다. 또 홍콩 부동산이 세계 최고가를 자랑하고, 지옥을 방불케 하는 홍콩 쪽방은 세계가 주목하는 이슈다. 청년이 학업을 마치고 사회로 나오면 저임금, 주거난, 빈곤이 먼저 맞이한다. 이런 사회 구조 속에서 청년들은 미래를 빼앗기고 있었다.

홍콩 시위를 송환법(범죄인인도조례), 행정장관 직선제, 경찰 폭력 문제 등 ‘정치 투쟁’으로만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기저에는 지니계수 0.5를 초과하는 세계 최악의 경제 불평등, 경제·사회구조적 문제가 자리한다. 지금 홍콩 시위대는 중국은행, 차이나모바일, 심지어 미국 자본의 상징인 스타벅스까지 공격하고 있다. 홍콩 경제를 잠식한 독점 자본에 깊은 분노를 보이는 것이다. 특히 성조기까지 치켜들며 미국의 힘을 바라는 시위대의 경향에서 스타벅스를 파괴하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 지난 8월14일 홍콩시위대가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8월14일 홍콩시위대가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홍콩 스타벅스의 운영권은 맥심그룹이 가지고 있다. 맥심그룹은 홍콩 최대 재벌로 하나로, 여러 프랜차이즈 업체의 운영을 맡고 있다. 최근 맥심그룹 창업자의 딸이 홍콩 시위대를 두고 폭도라고 지칭한 사건이 발단이 됐다. 또 얼마 전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 노동자 2천여 명이 송환법 반대 파업에 참여했다가 중국 자본 운동의 영향을 받고 휘청거린 일도 있었다. 홍콩 시위는 점점 본토 자본, 독점 자본과의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1997년 홍콩은 중국에 반환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당시 홍콩 정부 토지의 취득에서 로컬 자본이 23%, 중국 자본이 77%를 차지했는데, 2017년엔 중국 자본이 100%를 차지했다. 또 1997년 IPO 홍콩 투자자문기관 상위 10개 기업에 중국 자본은 하나도 없었는데, 2017년엔 10개 중 9개가 중국 자본이었다. 중국 독점 자본에 대한 홍콩 민중의 저항은 20년 동안 케케묵다 2019년의 오늘 그 기세를 드러내고 있다.

▲ 김한주 참세상 기자
▲ 김한주 참세상 기자

홍콩 청년들에게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물었다. 기자가 현지에서 인터뷰했던 십여 명의 청년들은 하나같이 중국은 자본주의 체제로 홍콩 불평등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교복을 입고 시위에 나선 10대 청년은 “중국이 독점한 홍콩의 자본주의는 우리의 모든 자유를 빼앗고 있다”며 “중국은 ‘공산당’이라는 가면 아래 홍콩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는 한편, 일자리, 저임금 같은 청년의 미래 문제는 내팽개쳤다. 지금 시위는 우리 미래가 달린 일”이라고 말했다. 이제 검은 시위대는 지금 보이는 자유주의 경향을 딛고 반자본주의, 계급투쟁으로 확장할 수 있을까. 국제 연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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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10-13 11:50:22
난 시위대가 폭력은 사용한다면 그 시위는 의미는 거의 퇴색된다고 본다. 단, 모든 것의 예외는 있다. 이 시위를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말은 달라진다. 든든한 뒷배가 있으면 모든 행동은 예외가 된다. 참고로, 일반 노동자는 미국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가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