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노동은 어쩌다 위험노동이 됐을까
방문노동은 어쩌다 위험노동이 됐을까
현장에 내던져진 노동자들… “감정노동 아닌 폭력, 업주 보호책임 강화해야”

#01 “방문요양보호사는 거동이 불편한 이용자의 몸에 밀착해 들었다 놨다 해야 합니다. 97%가 중장년 여성입니다. 성희롱이 비일비재한데, 당한 사람이 잘리고 이용자는 계속 성희롱을 해요. 요양센터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 이용자 하나 하나가 돈벌이 대상이니까. 보호사들에게 성희롱 예방 필수교육을 해요. 예방교육은 저지르는 사람에게 하고, 우린 대처교육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02 “정수기·비데 설치수리 기사입니다. 욕설은 참습니다. 협박도 있고, 성희롱도 당합니다. 무서운 건, 고객들에게 본사가 아니라 저희 개인 번호가 노출돼 있습니다. 밤 12시에 전화가 옵니다. 급한 전화인가 싶어 받으면 A/S 의뢰예요. 그 때부턴 다음날 아침까지 마음을 졸입니다. 대신 돈벌이가 좋지 않냐고요? 그런 경우 못 봤습니다. 벌이가 작으니 하루 30~40건씩 뛰어요.”

#03 “기척은 있는데 답이 없어 문을 두드리거나 ‘가스점검 왔다’고 외치면 ‘안 하겠단 뜻인데 왜 안 가느냐’고 윽박지릅니다. 낮에 없던 사람이 왜 밤에 왔냐고 묻고, 아침엔 출근해야 하는데 왔다고 짜증을 냅니다. 그럼 우린 ‘가스점검은 꼭 받아야 한다’고 사정할 수밖에 없어요. 회사는 예방율이 아닌 점검율만 따지고, 6개월에 3000~4000 가구를 100% 완료하라 하니까요.”

방문서비스 노동자는 고객의 사적 공간을 방문·이동하며 홀로 서비스제공 노동을 한다. 할당 받은 구역이나 고객을 재방문해, 몸과 마음을 다친 현장을 무방비로 다시 찾는다. 이들에게 서비스를 지시한 업주는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증언은 작업중지권, 2인1조 업무, 재방문 거부권 등 노동자가 자신을 지킬 권리를 업주가 보장하라는 요구로 모아졌다.

▲11년차 재가방문요양보호사인 이건복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재가요양지부장이 방문요양보호사 노동실태를 증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11년차 재가방문요양보호사인 이건복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재가요양지부장이 6일 방문요양보호사 노동실태를 증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방문서비스노동자 감정노동과 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현장 실태를 증언하는 자리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정의당 이정미 윤소하·민중당 김종훈 의원실과 방문서비스노동자 안전보건사업기획단(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서비스연맹)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다.

기획단은 이날 지난 9월 방문서비스 노동자 747명을 실태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설치수리 현장기사와 재가요양보호사, 도시가스 점검․검침원, 정신건강복지센터 노동자, 학습지 교사, 국민연금․건강보험 방문상담원, 방문간호사 등 7개 업종이다.

방문서비스 노동자들은 61.8%가 비정규직이거나 특수고용, 개인사업자 신분이었다.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정규직이 38.2%였다. 학습지 교사는 90%가 특수고용이거나 개인사업자다. 재가요양보호사와 정신건강복지센터는 80%가량이 비정규직이다. 대부분이 민간위탁업체 소속이다. 설치수리 현장기사와 도시가스점검원은 45%가량이 정규직이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이거나 특수고용, 개인사업자로 일했다. 설치수리 현장기사는 남성이 96.5%였고, 나머지 업종은 방문상담원(여성 65%)을 빼고 90% 이상이 여성이었다.

이들은 10명 중 9.2명 꼴로 고객에게 비난, 고함, 욕설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1명은 매우 자주 겪는다고 했다. 10명 가운데 3.5명이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이나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했다. 6.5명이 위협이나 괴롭힘을 겪었고, 1.5명이 신체 폭행을 당했다. 이같은 폭력 노출 경험은 감정노동자 가운데서도 높다. 2015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따르면 감정노동자의 35%가 고객의 정신적 성적 폭력에 노출된다.

방문서비스 노동자들이 위험이나 폭력 상황을 맞았을 때 회사에 알리는 등 공식 경로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는 10명 중 0.9명에 그쳤다. 10명 중 8명이 위협이나 폭력 상황을 맞닥뜨릴 때 개인이 알아서 대처한다고 말했다. 3.7명은 참고 넘어간다고 답변했고, 4명은 동료나 가족에게 말해 해소한다고 했다.

▲이승훈 서비스연맹 웅진코웨이  부산지부장이 6일 방문서비스 노동실태를 증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승훈 서비스연맹 웅진코웨이 부산지부장이 6일 방문서비스 노동실태를 증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최민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이날 “방문서비스 노동자가 겪는 것은 감정노동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에 의한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감정노동이란 단어는 고객의 욕설이나 비난, 성추행과 같은 폭력을 방문서비스의 본질인 것처럼 포장한다. 상황을 유지하는 시스템과 사업주의 책임은 빠진다”고 했다.

최민 전문의는 “핵심은 감정노동이 아니라 회사가 고객의 폭력이나 과도한 요구를 어떻게 거르고 책임지느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상황을 예측하고 조치를 하느냐 문제”라며 “노동자가 위험에 닥쳤을 때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을 보호하도록 하는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업주에게 이를 보장을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가 안전보건 전반에 목소리를 낼 제도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민 전문의는 “울산 도시가스안전점검원 노동자들이 최근 고객의 폭력사건이 이어진 끝에 2인1조 작업을 요구해 시행에 들어갔고, 좋은 평가를 듣고 있다”고 했다. 현장에 위험 요소가 있을 때 효과적인 방법을 제안하는 건 노동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을 통해 현장 노동자와 사측이 함께 개선안을 찾는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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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11-06 16:41:42
노동자가 안전보건 전반에 목소리를 낼 제도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민 전문의는 “울산 도시가스안전점검원 노동자들이 최근 고객의 폭력사건이 이어진 끝에 2인1조 작업을 요구해 시행에 들어갔고, 좋은 평가를 듣고 있다”고 했다. 현장에 위험 요소가 있을 때 효과적인 방법을 제안하는 건 노동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을 통해 현장 노동자와 사측이 함께 개선안을 찾는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어렵지만 목소리를 내야 한다. 말하고 참여하고 나타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