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가짜오디션’ 사태… CJENM을 뜯어고쳐야 한다 
엠넷 ‘가짜오디션’ 사태… CJENM을 뜯어고쳐야 한다 
유명 PD 2명 구속, 기획사 수천만원 접대까지… 케이블채널 도덕적 해이, 구조적 해결 방안은 

“온리원(ONLY ONE) 제품과 서비스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여 국가사회에 기여한다.” 서울시 상암동 CJENM 본사 1층 로비에 적혀있는 CJ 경영철학이다. 지난 5일 엠넷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생방송 투표수 조작 혐의로 안준영PD와 김용범CP가 구속됐다. 경영철학은 조롱의 대상이 됐다. 

안준영PD는 또 다른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48’의 투표수 조작도 시인했다. ‘프로듀스48’로 결성된 걸그룹 ‘아이즈원’은 오는 11일 정규 1집 발매 쇼케이스를 급하게 취소했다.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안PD가 지난해부터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서 연예기획사로부터 5000만원이 넘는 접대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슈퍼스타K’를 성공시키며 엠넷의 개국공신으로 불리던 김용범CP마저 같은 날 구속되며 엠넷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김용범CP의 친형인 김용민PD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생은 영장실질심사 최후진술 등에서 연습생과 시청자에게 깊이 사죄했다. 형으로서 숨김과 보탬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밝혀야 하며 감당해야 할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힌 뒤 “가족의 일로 본의 아니게 심려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반면 CJENM의 사과 수준은 기대에 못 미친다. 오히려 논란이 불거진 지난 7월 먼저 경찰 수사를 의뢰하며 제작진과 ‘거리 두기’로 출구를 찾은 모습도 눈에 띈다. 

▲엠넷 안준영PD가 지난 5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엠넷 안준영PD가 지난 5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7일 ‘M카운트다운’ 공개방송을 보러 CJENM을 찾은 중학생 A양은 “‘프로듀스X101’을 봤고 문자투표도 했다. 등수 높았던 학생이 갑자기 떨어지고 분량 차이도 너무 많이 나서 보면서 이상했다”고 말한 뒤 “지금이라도 엠넷에서 정확한 투표데이터를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한 보이그룹 팬미팅을 위해 CJENM을 찾은 고등학생 B양은 “오디션프로그램은 공정성이 제일 중요한데 PD가 제 역할을 못 했다”며 “앞으로 엠넷에서 오디션프로그램은 안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여론이 이렇지만 엠넷은 오히려 새로운 오디션프로그램 ‘10대 가수’ 제작에 나섰다. 현재 지원자를 모집 중이다. ‘10대 가수’는 과거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해 지원자 수가 저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돌 학교’로 불거진 비인간적 제작환경에 투표수 조작 논란까지 더해진 결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엠넷이 이 같은 프로그램 편성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현 상황을 안이하게 인식한다는 의미다. 이에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엠넷의 대국민 사기죄는 몇 명 구속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라며 “방통위가 엠넷을 없애야 한다”는 격한 주장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엠넷은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 같은 허가사업자가 아닌 등록사업자여서 면허 취소는 불가능하다. 엠넷과 같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등록 업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며, 방송통신위원회가 하는 일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프로그램 징계를 결정할 경우 행정처분에 나서는 정도다. 이마저도 CJENM은 보도기능이 있는 방송사와 달리 재허가·재승인을 받지 않아서 제재의 실효성도 없다. 엠넷을 TV편성표에서 없애려면 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채널 송출 계약을 하지 않는 방안이 사실상 유일한데, 이는 CJENM이라는 독점적 MPP사업자의 계열PP인 엠넷의 지위를 볼 때 현실 가능성 제로에 가깝다. 

▲CJENM. ⓒ연합뉴스
▲CJENM. ⓒ연합뉴스

바꿔말해 CJENM이 이번 사태로 달라질 가능성도 매우 낮다. 구조적으로 이번과 같은 도덕적 해이에 의한 시청자 기만 프로그램이 또다시 등장할 수 있다. 문제가 불거지면 엠넷은 이번처럼 담당PD를 유치장으로 보내고 기껏해야 방통위로부터 과징금을 받으면 그만이다. 그래도 해외에 프로그램 판권을 팔고 데뷔조를 꾸려 시장에 내놓는 식으로 수익은 지속될 수 있다. 케이블채널에 실효적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밖으로는 CJENM에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방발기금은 방통위가 방송허가사업자를 상대로 받고 있다. 일종의 면허세 개념이다. 허가사업자들이 방송플랫폼에서 독점적 사업권을 가진다는 전제로 내는 면허 대가다. PP의 경우 면허가 없어 기금을 내지 않는다. CJENM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방발기금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CJENM의 위상이 지상파를 넘어선 지 오래다. CJENM은 2019년 3분기 매출액 1조1531억원, 영업이익 641억원을 기록했으며 미디어 부문은 영업이익 161억원을 기록했다. TV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13%, 디지털 광고 매출은 31%나 성장했다. 높아진 영향력에 맞는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프랑스는 면허세 개념이 아닌 자국의 콘텐츠 진흥을 목적으로 일종의 방발기금을 걷는다. 어느 정도 사업 규모가 되면 기금을 낸다”고 밝혔다. 법을 개정하면 앞으로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CJENM과 같은 사업자에게도 매출 규모에 비례해 방발기금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이번처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의 경우 책임을 물어 방발기금을 더 내도록 하면 제작환경 변화를 위한 실효적 조치를 강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일명 ‘프듀X국민감시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매출 2000억 원 이상 방송사업자가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시청자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다. 하 의원은 “CJENM이 다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방송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면 자체적인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 의원은 CJ측에 공문을 보내 “감시기구 설치 등을 비롯한 자체개선안을 의원실에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15일 방송된 PD수첩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달 15일 방송된 PD수첩 방송화면 갈무리.

안으로 CJENM이 스스로 변화에 나서도록 시청자들이 압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전직 엠넷 직원은 “CJENM은 철저하게 성과에 따른 보상이 이뤄지는 곳이었다. 비도덕적인 일을 주도한 사람도 성과만 좋으면 돈을 많이 받고 포상휴가도 받으며 대우를 누렸다. 성과 내는 직원에 무조건적 편애가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직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종 프로그램의 비윤리적 행위를 주도했던 이들이 회사를 떠나야 사내 분위기가 바뀌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엠넷 내부에선 신형관 CJENM 음악콘텐츠본부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그가 이번 사태에서 사실상 총책임자라서다.  

CJ 내부에 직능단체를 조직하는 것도 필요하다. 직능단체를 만들면 제작 자율성 침해, 내부 제작 관행 등을 개인이 아닌 집단의 목소리로 낼 수 있어 자정이 가능하다. 실제로 지상파의 한 예능PD는 “협회가 있었다면 CJ가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앞서 오기현 전 한국PD연합회장은 “종편·CJ에 속한 PD들도 PD협회를 만들고 PD연합회에 가입해 제작에서 공익을 위한 건강하고 건전한 사고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제대로 방송 노동 인권이 정착되지 않은 현장이기에, CJENM 엠넷 제작진들은 방송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아이돌 연습생은 물론 이들을 촬영하는 방송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지 않아도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았다”며 “이번 조작 논란을 특정 제작진의 문제로 책임을 미루는 대신, 지속적으로 아이돌을 비롯한 아동-청소년 연기자와 방송 스태프의 노동 인권을 침해했던 방송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의 구조적 해결을 위해 무엇보다 노동조합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결국 엠넷 ‘가짜오디션’ 사태로 불거진 CJENM의 오래된 문제를 뜯어고치기 위해선 입법적 변화, 시청자 운동, 내부 구성원의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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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11-07 19:24:08
전직 엠넷 직원은 "CJENM은 철저하게 성과에 따른 보상이 이뤄지는 곳이었다. 비도덕적인 일을 주도한 사람도 성과만 좋으면 돈을 많이 받고 포상휴가도 받으며 대우를 누렸다. 성과 내는 직원에 무조건적 편애가 있었다"고 말했다. <<< 수익 위주의 사업이 얼마나 위험한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례(ex 네이버 댓글조작)다. 수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상관없는 것이 민주주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