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근로자성 인정에, 인건비 폭탄부터 꺼낸 한국경제
플랫폼 근로자성 인정에, 인건비 폭탄부터 꺼낸 한국경제
[민언련 신문 모니터보고서]

배달대행업체와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배달대행 노동자(라이더)가 노동관계법상 ‘근로자’라는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다양한 디지털 산업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노동 거래가 등장했습니다. 우버 드라이브, 배달대행 라이더와 같이 온라인으로 일거리를 할당받아 일하는 방식입니다. 이들은 그동안 법적인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들은 플랫폼업체의 지휘를 받으면서도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라는 명목으로 4대 보험이나 주휴수당 등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영업자로서의 대우를 받은 것도 아닙니다. 그 동안 장시간 노동, 저임금, 배달업계의 갑질 등 고단한 배달대행 라이더들의 삶은 하나둘씩 기사화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부 서울북부지방 노동청이 지난달 28일 음식배달 앱 ‘요기요’ 라이더들이 제기한 체불임금진정을 처리하면서 해당 라이더들을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로 인정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이 이번 결정을 다루면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에 방점을 찍었지만, 한국경제는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노동자 권리 인정에 업계 인건비 걱정해주는 한국경제

한국경제는 11월 6일 1면 기사 <“배달대행기사, 사업자 아닌 근로자” 플랫폼 기업들 ‘인건비 폭탄’ 우려>(11/6, 김남영, 배태웅 기자)는 제목에서부터 인건비 폭탄을 우려하는 플랫폼 기업의 입장을 담았습니다. 기사의 리드문도 “서울고용청의 판단을 받아든 배달대행업계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플랫폼을 활용해 일하는 사람들을 근로자로 분류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등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플랫폼 기업의 이 같은 반응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들은 지금까지와 같이 플랫폼 노동자들을 보다 적은 금액으로 부담 없이 고용하고 싶겠지요. 하지만 국가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런 기준에서 볼 때 새로운 산업이 생겨날 때마다 그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한국경제의 보도는 겉으로는 판결을 둘러싼 노동자와 사용주의 입장을 공정하게 보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극히 사용주 중심적인 것이며, 노동자에 대한 차별대우가 당연하다는 생각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법적 노동자 인정에 인건비 폭탄 우려한 한국경제 기사(11/6)
법적 노동자 인정에 인건비 폭탄 우려한 한국경제 기사(11/6)

4대보험 부담·건당 수수료 언급하며 업계입장 그대로 전달

한국경제는 다음 면으로 이어지는 기사 <배달기사는 노동자? 개인사업자?…고용 논란에 긱 이코노미 비상>(11/5, 배태웅,김남영,최한종 기자)에서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 기사들은 4대 보험료를 다 내야 하는 부담이 있는 직고용보다는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에 더 익숙하다”며 “수입면에서도 고정급보다 건당 수수료 방식이 유리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4대 보험료가 노동자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기에 기존의 고용방식이 플랫폼 노동자들에게도 유리하다는 주장은 사실 많은 아르바이트 고용주들이 내놓는 주장과 일치합니다. 실제로 당장의 수입이 더 주요한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4대 보험료를 지급하는 것이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4대 보험은 노동자에게 주어진 최고의 생활 안전망이라고 할 수 있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고용주들이 노동자들이 4대 보험을 부담스러워한다면서 그들을 위해서 가입해주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 주장은 자기부담을 줄이고 싶어 하는 고용주들의 꼼수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그동안 언론보도에는 배달대행 라이더들이 배달 중 사고를 당했을 때 산재보험을 받지 못한 사례를 고발해왔습니다. KBS는 <속도전의 그늘…배달원 보호는 뒷전>(5/24, 손은혜 기자)에서 근무 중 팔이 부러진 배달원이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프레시안과 뉴스타파의 <배달죽음> 연재 기사 중 <영세 가게에서 배달하다 죽으면 노동자가 아니다?>(9/27)은 배달 노동자의 죽음이 산재가 아닌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리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산재보험 가입률이 평균 15.2%라는 배달대행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을 매우 절실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4대 보험 등의 기본 권리가 부담이 될 것이라는 고용주들의 주장을 신문이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은 한마디로 노동자와 국민을 속이는 거짓주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건당 수수료 방식이 노동자에게 더 유리할 거라는 주장은 어떨까요? 한겨레는 <“우리는 배달 기계가 아니다”…21세기 플랫폼 노동자의 외침>(5/16, 이봉현 연구위원)에서 “이들이 한 건당 받는 배달 수수료는 2500~3500원. 한 달 1천곳을 배달해야 300만원 수입을 올린다. 그러려면 하루 10~12시간, 주6일간 평일은 30~40건, 주말은 60~70건을 배달해야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달 1천 곳을 배달해서 얻은 300만원도 노동자들의 순수익은 아닙니다. 한국일보는 <월 24.5일 일하고 165만원 벌어...고단한 플랫폼 노동자들>(11/2, 김지현 기자)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월 총수입이 313만 3,000원이어도 업계에서 가져가는 지출비용이 148만 1,000원이라서 순수익은 165만 2,000원에 불과하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열악한 노동자의 상황이 이미 객관적인 자료로 나와 있는 데도, 한국경제는 건 당 수수료를 얻는 방식이 노동자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출퇴근 시간 찍고 노무관리 받는데 노동법 보호만 못 받는 게 ‘신산업’인가?

한국경제는 <“배달대행기사, 사업자 아닌 근로자” 플랫폼 기업들 ‘인건비 폭탄’ 우려>(11/6, 김남영, 배태웅 기자) 기사에서 플랫폼 근로자들이 일반 근로자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는 업계 입장을 실었습니다.

플랫폼 업계는 ‘시급을 받으면 근로자’라는 인식이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략) 업계에선 플랫폼 근로자들이 일반 근로자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시키는 일을 꼭 해야 할 의무도 없어서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배달 기사들은 콜이 들어와도 일하기 싫으면 받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런 근무 형태를 고용관계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은 <요기요라이더 노동자성 인정에 한국경제 “인건비 폭탄”>(11/7, 김예리 기자)에서 “실상 노동청 판단의 핵심은 ‘시급제’보다 사측의 철저한 지휘감독이다”라고 언급하며 한국경제의 논조를 반박했습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노동부, 배달앱 ‘요기요’ 배달원 근로자로 인정 관련> 보도자료에는 법적 근로자로 판단한 근거들이 들어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배달기사의 임금을 시급으로 지급 △회사 소유 오토바이를 배달기사에게 무상으로 대여하면서 유류비 등을 회사가 부담 △근무시간·근무장소 등을 회사에서 지정하고, 출·퇴근 보고 등의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한국경제가 ‘시급을 받으면 근로자’라고 단순 치환해버린 근로자 판단여부가 더 세분화되고 정확하게 나와 있는 겁니다.

한국경제는 <배달기사는 노동자? 개인사업자?…고용 논란에 긱 이코노미 비상>(11/5, 배태웅,김남영,최한종 기자)에서 소제목으로 “배달기사는 노동자? 개인사업자? 고용 논란에 ‘긱 이코노미’ 비상”을 뽑았습니다. 노동부의 판단에 긱 이코노미(임시직 선호 경제) 축소 등 변화할 플랫폼 업계 동향을 우려한 것이죠. 한국경제는 노동제도가 변화하는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설/플랫폼·긱 이코노미 못 쫓아가는 노동제도 당장 정비 나서야>(11/7)에서는 “세계 경제는 ‘긱 이코노미’ 시대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중략) 시대착오적 노동제도가 수두룩하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임금체계부터 성과 중심으로 개편돼야 한다. 개발연대 유산인 주휴수당도 존속근거를 찾기 힘들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경제도 <‘플랫폼노동’ 근로자 인정논란 지속 ‘긱 이코노미’ 못 따라잡는 노동법>(11/7, 박준호,변재현 기자)에서 같은 논조로 기사를 썼습니다.

사실 이번 고용노동부의 판단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고용 형태를 고집하는 플랫폼 업체들이 긱 이코노미, 신산업이라는 탈을 쓴 것일 뿐 편법고용에 불과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동안 플랫폼 업체들은 고용 관계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왔었습니다. 빠져나갈 구멍을 끊임없이 만들었던 업계 책임자들에게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입니다.

업계는 본래 줘야 했을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고, 노동자들은 보장받아야 했던 권리를 이제야 되찾은 것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처사에 한국경제는 노동자 한 명 한 명을 ‘인건비’로 치환하는 발상을 사용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의 기사에서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한국경제 기사에 대해 “기자에게 전화통화와 보도자료로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는데도 정해진 결론에 맞추기 위해 사실을 왜곡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논조로 가담한 동아일보, 침묵한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배달기사들 “우리도 근로자 인정해달라”>(11/7, 유성열,김재형 기자)에서 “고용부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근로자 인정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진정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략) 플랫폼업체들은 현행 법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을 정부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반발한다”라며 플랫폼업체의 입장에 무게를 뒀습니다. 동아일보는 노동부의 판단을 실어주면서도 “배달대행기사가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고 개인사업자로 일하는 일종의 특수고용직”이라는 말을 하면서 이번 결정에 대한 탐탁지 않은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조선일보는 <고용부 “배달앱 요기요 배달원도 근로자”>(11/6, 곽창렬 기자)를 지면에 실으면서 말미에 “업계에선 이번 결정이 요기요와 비슷하게 고용 계약을 하는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막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라고 적었습니다. 중앙일보는 지면에 이번 고용노동부의 판결을 아예 다루지 않았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11/6~7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경제, 한국경제(*지면보도에 한함)
※ 문의 : 공시형 활동가 (02) 392-0181
※ 정리 : 주영은 인턴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바람 2019-11-08 16:43:58
한국경제 신문의 대주주를 보면 왜 이런 선동기사를 쓰는지 답이 나옵니다. 현시대 언론에서 대주주에 반하는 기사를 쓸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