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권리보장법 외면하면 표로 심판”
“문화예술인권리보장법 외면하면 표로 심판”
문화예술인단체들, 이번주 법안소위 앞두고 회견
“더 이상 예술이 야만의 시대에 머물러선 안돼”

문화예술계에서 ‘블랙리스트 폭로’, ‘미투’가 터져나온 뒤 예술인들의 표현의 자유, 노동·복지권, 성평등한 예술환경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입법논의 없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연극·영화·공연·음악계를 비롯한 각 분야 문화예술인들이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와 18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예술인권리보장법) 통과를 촉구했다.

정윤희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블랙위원회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 김기춘 비서실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주범들을 감옥으로 보낸 블랙리스트 사태가 세상에 드러난 지 3년이 지났다. 철저한 적폐 청산을 국정 과제 1호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문체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조사를 거쳐 주요 공무원 형사처벌과 징계 권고 및 재발방지 제도개선을 권고한 지도 1년이 넘었다”며 “형사처벌 권고 대상인 10명의 전·현직 공무원들에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소식은 들은 바 없으며, 중징계가 의뢰된 문체부 공무원 징계가 이루어졌다는 소식 또한 들은 바 없다.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가장 중요한 후속 조치 중 하나인 ‘대통령의 사실 인정과 사과’ 요구 또한 아무런 응답을 받은 바 없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2017년 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블랙리스트 피해 예술인들을 앞 다퉈 정당 사무실로 불러 만났던 더불어민주당, 당시 국민의당, 정의당은 블랙리스트 후속 조치 중 가장 중요한 사항인 예술인권리보장법 통과를 위해 그동안 무엇을 하였는가. 블랙리스트 피해 예술인들의 고통과 삶은 정적인 자유한국당에게서 정권을 뺏어오기 위한 미끼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니었단 말인가”라고 물은 뒤 “법을 통과시킬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하루빨리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우선 통과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법안 하나에 문화예술인들의 표현의 자유 보장, 예술노동권의 보장, 성평등에 기초한 안전한 창작환경 보장이 응축돼 있다. 대한민국 국회는 놀이터가 아니다”라고 촉구했다.

▲ 1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에서 문화예술인 단체들이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1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에서 문화예술인 단체들이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여성문화예술연합 활동가로 참석한 신희주 감독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은 작년 11월 이후 올해 6월 24일까지 무려 175일 동안 상임위 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7월에 법안심사소위원회가 두 번 열린 후 국회는 조국 정국에 휩쓸렸고 입법활동은 또 뒷전으로 밀려났다. 지금 문체위에 계류된 법안은 623개에 이른다”며 “이 법안이 4월19일 발의되기까지 유은혜 의원실, 우상호 의원실을 돌아다녀야 했다. 우리는 국회가 입법기관이라는 자신의 책무는 언제든 정쟁에 따라 내팽개칠 수 있음을 보고 있다. 국회가 총선밖에 관심이 없다면 우리는 일하지 않는 문체위 국회의원들을 총선에서 표로 심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감독은 “예술가 70% 이상이 프리랜서다. 성희롱·성폭력 방지 정책과 법률은 공공기관·학교·기업 등 조직 위주로 시행돼 소속 조직이 없는 프리랜서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부산 문화예술계 성폭력 대응센터에 2018년에 접수된 성희롱 성폭력 사건은 1000건에 달했는데 이 중 법적·제도적 해결이 가능한 경우는 12%뿐이었다. 작년에 국가인권위원회와 문체부가 100일간 운영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에 접수된 성희롱 사안은 국가인권위의 조사권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문화예술계 성폭력 해결을 위해서라도 입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안명희 문화예술노동연대 대표는 “예술인의 잇따른 죽음으로 예술인 생존권 문제가 제기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정부는 노동자성 인정을 통한 권리 보장은 기어이 회피하고 있다. 가난을 증명해야 하고 시혜의 대상이 되는 것을 예술인들은 원하지 않는다”며 “이미 예술노동자들은 예술현장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단체교섭을 하고 투쟁을 통해 권리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부일 뿐 실제 예술노동자들은 법과 제도에 가로막혀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도, 단체교섭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법원 판결이 있을 때까지 단체교섭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인권리보장법상 예술인조합은 노조 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예술인에게 단체를 결성하고 교섭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준다”고 밝혔다.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대한 법률안’은 지난해 12월부터 민관협치기구인 새문화정책준비단과 문화예술계 단체, 문화체육관광부 등 논의로 마련됐다. 올 4월 현장 예술인들과 국회토론회를 거친 법안을 김영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예술표현의 자유 보호 △다른 직업과 동등한 예술인 노동·복지 지위 보장 △성평등한 예술환경을 목적으로, 국가·지방자치단체와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실태조사 및 피해구제 의무, 문화예술지원을 위한 기구 운영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바람 2019-11-18 12:58:39
법안을 발의하면 뭐하나. 맨날 어느 당이 보이콧 하는데. 이번 20대 국회 법안 통과율은 30%, 계류된 법안만 1만5천 건이다. 제발 내년 4월 총선에서, 최악(국회 출석률/의정활동 저조)의 국회의원은 다 국회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