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표 벗겨낸 김태호·유산슬의 무한도전 
편성표 벗겨낸 김태호·유산슬의 무한도전 
MBC ‘놀면 뭐하니?’ 뽕포유 프로젝트 높은 화제성·인기 비결은 ‘확산’
김태호PD “편성표 뛰어 넘어야” EBS 펭수·MBC 유산슬 공통점은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가 지난 23일 방송에서 자체 최고시청률(7.8%, 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했다.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데뷔하는 과정을 그린 ‘뽕포유’ 프로젝트 덕분이다. MBC 간판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포기한 김태호PD와 유재석의 도전이 또 한 번 성공했다는 평가다. 

‘놀면 뭐하니?’는 ‘뽕포유’가 방송된 9일과 16일자 방송에서도 각각 7.2%, 6.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산슬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상파 시청층이 고령화된 상황을 절묘하게 반영한 아이템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단순히 고정형TV 시청률이 오른 수준이 아니다. 기존 ‘무한도전’ 시청층인 20-49 세대를 비롯해 유튜브에서도 화제성이 높다는 게 ‘유산슬 신드롬’의 특징이다. 아이들이 ‘합정역 5번 출구’를 부르는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고 있다.

60~70대의 전유물로 여겼던 트로트를 메인 소재로 잡은 점이 주효했다. TV조선 ‘미스트롯’이 성공하기 전까지 트로트는 KBS 1TV ‘전국노래자랑’으로 충분한 장르였다. 김PD는 ‘무한도전’ 시절 프로레슬링·봅슬레이 특집처럼 비인기 장르에 주목하며 성공한 경험을 이번에도 되살렸다. 여기에 주목받지 않던 트로트 작곡가·작사가·코러스 등을 전면에 세우며 묘한 감동을 제공했다. 

김태호PD는 ‘뽕포유’ 편에서 또 한 번 ‘금기’를 깼다. MBC 예능프로그램이 KBS ‘아침마당’에 진출했다. 유산슬이 ‘아침마당’에 나와 신인 트로트 가수 대결을 펼쳤고, KBS 방송이 MBC의 전파를 탔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시청자들은 금기가 깨지는 장면에서 즐거웠다. 

▲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한 유산슬. 사진=MBC화면 갈무리
▲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한 유산슬. 사진=MBC화면 갈무리

김태호PD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중국집에 물어봤더니 유산슬 매출도 올랐다고 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 역시 이번 성공이 반가운 눈치였다. 김태호PD는 이제 콘텐츠 자체가 플랫폼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PD는 “화제성이 주요 지표가 되는 상황에서 편성표를 뛰어넘는 다양한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말한 뒤 “‘아침마당’에 출연한 게 MBC 입장에선 조금 서운할 수 있지만, 우리는 유재석과 유산슬을 분리시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한도전’ 이후, 김태호PD가 고민했던 키워드는 ‘확장’이었다. 김PD는 “‘놀면 뭐하니?’에선 ‘확장’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었다. 릴레이 카메라도 해보고, 대한민국 라이브도 해봤다. 유산슬은 전면적 확산”이라고 설명했다. 유산슬의 타이틀곡인 ‘합정역 5번 출구’는 유튜브를 통해, 타 방송사 라디오를 통해 확산되었고, 현재 유산슬은 여러 방송사에서 출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김PD가 주목하고 있는 ‘확산’은 오늘날 콘텐츠의 주요 트랜드가 되었다. 예컨대 요즘 유산슬만큼 최고의 화제성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EBS ‘자이언트 펭TV’도 유산슬처럼 편성표를 벗어나며 성공했다. 처음엔 유튜브를 활용했고, 이후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2’에 출연하며 인기를 높였다. 최근엔 JTBC ‘아는 형님’에도 등장했다. ‘놀면 뭐하니’도 첫방송 전부터 유튜브채널을 만들어 유튜브용 콘텐츠를 따로 올리며 온라인에서의 화제성을 높였다.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2’에 출연한 EBS 펭수. 사진=MBC 화면 갈무리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2’에 출연한 EBS 펭수. 사진=MBC 화면 갈무리

유산슬과 펭수의 공통점은 편성표를 벗겨냈다는 사실이다. 두 캐릭터는 지상파의 편성표에서 벗어나면서 역설적으로 브랜드 효과를 극대화했고, 이후 편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효과를 만들어냈다. tvN에서 각종 프로젝트 예능으로 성공한 나영석PD는 일찌감치 ‘채널 십오야’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어 편성표에 구애받지 않는 ‘나영석사단 콘텐츠’를 올리고 있으며, 현재 구독자 116만명(11월25일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독자 취소 캠페인을 벌이며 역으로 화제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예능PD 출신의 김민식 MBC 드라마PD는 “20년 전에는 MBC 가요프로그램에서 컴백 무대를 가지면 타 방송사에는 몇 주간 못 나오던 적도 있다. 지상파 3사에서 같은 주에 컴백 무대를 갖는 게 가수의 인기를 드러내는 지표였다”고 전하며 최근 방송사 간 ‘대통합’ 분위기를 가리켜 “지상파PD 입장에서는 슬프면서도 흥미로운 현상이다. 지상파 독과점이 깨졌고, 예전처럼 각 사가 힘겨루기를 하기에는 모두 노쇠해졌다. 서로 견제하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PD는 그러나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능력있는 콘텐츠 제작자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열린 셈이어서 좋은 시대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놀면 뭐하니?’의 무모한 도전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트로트 다음은, 허름한 골목길의 라면 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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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11-25 13:03:08
경제의 성장 이면에는 빈부의 격차가 있듯이,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모두 만원을 원하는 것 같지만, 투잡/쓰리잡(한국의 노동생산성을 떨어트린다.)을 하는 사람은 일이 더 전문성을 띤다고 반대한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단하다. 변화와 합의 그리고 양보를 해야 한다. 워크맨 노동자 해고를 두려워해서, 변화를 거부한 일본 전자산업은 어떻게 됐는가. 평화를 누리다 임진왜란으로 도망친 선조 임금을 보라. 변화를 거부하지 말고, 우리는 냉정하게 플랜A/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