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독일 법원은 기자 협박하는 나치 시위 허용했나
왜 독일 법원은 기자 협박하는 나치 시위 허용했나
[이유진의 베를린노트]

독일에도 기자들을 향한 혐오가 있다. 기자를 향한 (비판이 아닌) 혐오의 근거는 이성적 판단보다는 ‘내 편’이냐 아니냐에서 갈린다. ‘기레기’같은 단어는 없지만 혐오의 방식은 중세시대 마녀사냥 같이 극악하다. 지난 11월23일 하노버에서 열린 신나치 집회와 반나치 집회에서는 이러한 혐오에 대응하는 독일 시스템의 면면을 보여준다. 

소위 신나치당이라고 불리는 독일 국가민주당(NPD)은 하노버 북독일방송국 앞에서 특정 기자들을 타깃으로 한 집회를 예고했다. 해당 방송국에서 극우 테마를 보도했던 율리안 펠트만(Julian Feldmann)기자를 포함, 기자 3명의 이름을 공개했다. 이들은 “세금으로 지원하는 선동을 끝내자. 펠트만을 물리치자!”라는 구호로 집회와 행진을 계획했다. 기자들의 얼굴과 이름이 공개된, 명확한 위협이었다. 

신나치당이 집회 신고를 했을 때 하노버 경찰은 공공안전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했다. 당연히 그냥 물러설 신나치당이 아니다. 이들은 하노버 행정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했다. 그리고 법원의 판단은 경찰과 달랐다. 하노버 법원은 집회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집회를 허용하라고 결정했다. 하노버 경찰은 니더작센주 고등행정법원에 상고했지만 고등법원도 신나치당의 ‘손’을 들어줬다. 니더작센주 고등행정법원은 “공공안전에 대한 위협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경찰 주장을 인정할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해당 집회가 언론의 자유를 지나치게 해치지 않는다고 봤다. 

▲신나치 집회 포스터. 출처=www.npd-hannover.de
▲신나치 집회 포스터. 출처=www.npd-hannover.de

결국 신나치당의 집회는 예정대로 열리게 됐다. 그사이 하노버에서는 반나치 집회가 기획됐다. “갈색 대신 다채로운 색(Bunt statt Braun)”이라는 모토로 정치인·노조·시민사회가 함께 기획한 반나치 집회다. 갈색은 나치를 상징하는 색이다. 

독일 기자협회와 국경없는기자회, 기자 노조 및 17개 언론사 편집국장 및 기자 450여명은 ‘언론자유를 수호하라’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통해 언론인들은 위협받고 있는 동료 기자에게 연대를 보이고, 기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라고 정치권에 요구했다. 독일 기자협회는 법원의 판단을 비판하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반나치 시위에 나가는 것’이라며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23일 시위 당일 하노버.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무장 경찰 및 장갑차, 헬리콥터와 물대포까지 투입했다. 독일 언론의 표현에 따르면 경찰 대비 상황이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 당시와 견줄 수준이었다고 한다. 신나치 시위 참석자는 100여 명. 이들은 경찰들의 바리게이트 안에서 조용히 행진했다. 오히려 신나치를 비판하며 행진 루트를 방해하려고 한 좌파 운동가 4명이 체포됐다. 

그리고 여기. 반나치 시위 참석자는 7000여 명. 다양한 사회 주체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먼저 정치권. 니더작센 주총리 슈테판 바일(Stephan Weil)이 참석했고 니더작센 주내무부장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Boris Pistorius)가 연설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우리가 지금 극우 선동가들과 기본법(헌법)의 적에 대항해 함께 나온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면서 “기자들이 비난받고 위협받을 때 민주주의는 아래에서부터 사라질 위험이 있다. 우리는 오늘 신나치당(NPD)뿐 만 아니라 다른 나치들에도 맞서는 것”이라고 했다. 

새롭게 선출된 하노버 시장 벨리트 오나이(Belit Onay)도 “하노버는 갈색이 아니라 다채롭다. 우리는 기자들의 편에 서 있다. 인간혐오와 반유대주의, 인종주의는 하노버에 설 자리가 없다”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가 더 많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종교계. 하노버의 개신교회 대표 토마스 회플리히(Thomas Höflich)가 무대에 올랐다. 회플리히는 “교회가 이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협박 편지를 받았다”고 전하면서 “하지만 우리는 이곳에 섰다. 우리는 여기 있다”고 힘을 보탰다. 종교개혁 정신이 강한 독일에서 종교계의 지지는 큰 의미를 지닌다. 

▲반나치 시위에 연대 메시지를 보낸 하이코 마쓰 독일 외무장관.
▲반나치 시위에 연대 메시지를 보낸 하이코 마쓰 독일 외무장관.

하이코 마쓰(Heiko Maas) 독일연방 외무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반나치 시위를 지지했다. 마쓰 장관은 “독일 전체에 통하는 게 무엇인지 하노버에서 볼 수 있다. 바로 기자들을 협박하는 신나치와 공포유발자들은 소수라는 것. 오늘 (신나치의) 가치 없는 집회에 대항해 평화롭게 시위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썼다.

반나치 시위에 쏟아져 나온 시민들과 다양한 목소리에 신나치의 목소리는 거의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치 시위를 허용한 법원은 결국 이러한 결과를 기대한 게 아닐까. 법으로 목소리를 막을 수 없다. 그것이 옳은 목소리이든 틀린 목소리이든 타인을 해치지 않는다면 생각과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나치의 목소리도 허용하는 그 굳은 시스템은 오히려 나치를 거친 독일이 뼛속 깊이 새긴 교훈이다. 법원의 결정은 막강한 정치나 행정가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과 사회의 담론으로 옳은 목소리를 향해 나아가는 일이다. 토론을 통해 올바르지 않은 의견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어야 한다. 독일 법원은 신나치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다. 시민사회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기본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날 반나치 시위에서 피스토리우스 주내무부장관의 연설 중 한 부분이 이를 잘 설명한다. 

“정부에 의해 조종되는 법원을 가지기보다, 저는 오히려 법원의 결정에 기꺼이 화를 내겠습니다. 우리가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극우 문제는 더 작아지는 게 아니라 더 커집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민주주의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바람 2019-12-01 19:49:33
법과 제도의 가치를 사람은 착각할 때가 있다. 법원이 기자 협박을 허용한 이유도 독일의 탄탄한 법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법이 돈 있는 사람들에게만 좋다고 본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다. 막강한 변호인단을 꾸리면 형량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이라는 틀이 지켜주는 인간의 기본 인권이다. 법이 없거나 미성숙한 곳을 봐라. 카오스 상태거나 오히려 취약계층에 대한 범죄가 심하다. 인권은 없고 오로지 총과 폭력이 난무하다. (법, 경제, 치안) 인프라를 무시하고 사람의 이성과 감성에 의지하는 것은 인간의 감정을 너무 쉽게 본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회가 뭔가. 검찰의 자정작용을 너무 믿었다. 법제화되지 않는 지금 검찰은 어떤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사와 기소독점권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