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진실’ 시대, 극복인가 해체인가
‘포스트 진실’ 시대, 극복인가 해체인가
유용민 교수 “극복하기보다 해체해야”…정준희 교수 “무질서한 상황에서 진실에 가는 ‘출발선’ 제시돼야”

“허위조작정보가 횡행하는 시대다. 포스트 진실을 극복하기보다 오히려 그것을 해체해 바라봐야 한다. 포스트 진실 너머에 보편적 정의가 있어야 한다면 특정한 누군가가 발견할 것으로 기대되는 진실이라기보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진실일 것이다.” (유용민 연세대 교수)

“정부에서도 가짜뉴스 문제에 대한 과감한 대응을 고민하고 있듯 뉴스의 탈을 쓰고 온라인을 통해 허위 혹은 유해성 정보가 퍼져나가는 문제에 대한 대응을 ‘적정 수준’에서 조직할 필요가 있다. 즉 가짜뉴스의 문제로 단순화할 것이 아니라 ‘정보 무질서’로 폭넓게 재정의하고 진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

▲ 한국언론정보학회는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2019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를 열었다. 사진=박서연 기자
▲ 한국언론정보학회는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2019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를 열었다. 사진=박서연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대에서 열린 ‘2019 한국언론정보학회(회장 손병우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정기학술대회’에서 ‘탈진실 시대의 뉴스통화, 정보 무질서의 교정을 위한 협력적 대응’이라는 주제 발제자로 나선 유용민 연세대 교수와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유용민 연세대 교수는 탈진실 시대에 정답은 없다면서 여러 의견이 존립할 수 있도록 ‘해체’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는 여러 의견이 존재하는 가운데 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무질서를 잡기 위한 ‘출발선’을 찾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

옥스퍼드 사전위원회는 2016년 ‘포스트 진실(Post truth)’을 ‘객관적 사실이 공중의 의견 형성에 있어서 개인의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보다 영향력을 덜 갖게 된 환경’이라고 정의했다.

유용민 교수는 “제도 정치권에서는 정책 이슈와 쟁점을 둘러싼 대화와 타협 대신 상대 진영을 ‘거짓말쟁이’로 끊임없이 비난하는 일들이 일상화됐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주장이 제기되면 ‘가짜뉴스’라는 딱지를 붙인다.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혐오, 차별, 비하도 그 속에서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고 지적한 뒤 “미디어의 발달이 이런 역할에 한몫했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포스트 진실의 원인 제공자들이 마치 포스트 진실의 ‘해결자’임을 자처하고 있는 자세는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학적 방법론과 역사적 지식, 언론 보도, 전문가의 견해를 조롱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 같은 상황은 뉴스수용자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식인들 스스로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언론에 대한 불신 탓에 유튜브와 대안 미디어를 찾는 뉴스 이용자들이 대표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중이 ‘함께’ 진실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트 진실시대에 거기에 맞서는 진실을 찾을 수 있는 기대는 불가능하다. ‘진리의 공동체’라기보다는 ‘진리를 둘러싸고 대화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 ‘대화’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정준희 교수는 “지금은 다중 진실시대다. 대화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다. 수많은 대화가 오고 가는 건 좋은데 그대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진실에 가까운 ‘가이드라인’ 정도는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준희 교수는 무턱대고 척결하는 자세는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가짜뉴스에도 정보값은 있다는 것. 정 교수는 “가짜뉴스를 소셜미디어 시대의 부정적 현상으로 단순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짜뉴스는 어떤 면에서는 ‘뉴스의 본질’이기도 했다. 초기의 뉴스에는 의견과 사실이 혼재돼 있었고, 루머와 뉴스 사이의 경계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불분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가짜뉴스의 어느 측면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정보성’을 지니는가를 알아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예컨대 (가짜뉴스에 대한) 팩트체크가 단순히 허위를 배격하는 계몽주의적 프로젝트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도 하나의 메타정보로서 더 상위의 정보적 가치를 인정받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한국언론정보학회는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2019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를 열었다. (맨왼쪽부터 박성우 우성대 교수, 심우열 뉴스타파 연구원, 이남표 방통위 연구위원, 이봉현 한겨레 연구위원, 정수영 MBC 연구위원) 사진=박서연 기자
▲ 한국언론정보학회는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2019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를 열었다. (맨왼쪽부터 박성우 우성대 교수, 심우열 뉴스타파 연구원, 이남표 방통위 연구위원, 이봉현 한겨레 연구위원, 정수영 MBC 연구위원) 사진=박서연 기자

이날 토론자로 나선 심우열 뉴스타파 연구원은 “뉴스타파 뉴스 끝에는 리영희 선생 모습과 함께 ‘‘진실’을 함께 지켜주세요‘라는 문구가 나온다”고 말한 뒤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진실을 정의하지 않지만, 취재하는 태도 자체가 이미 진실을 정하고 있다. 법, 제도, 상식, 문화, 민주주의 등의 가치는 늘 변한다. 진실도 늘 변한다. 진실을 추구하는 멘탈리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우열 연구원은 “기자들은 뉴스를 생산하고 나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저는 다시 돌아본다. 이 기사로 인해 제보를 몇 개를 끌어냈는지, 청문회에서 인용됐는지, 후속취재는 어디서 나왔는지. 그럴 때 뉴스가 살아있고 가치를 이끌어 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이봉현 한겨레 연구위원도 “누군가 진실을 정의하는 시대는 이제 오지 않는다. 계몽주의적 자유주의 관점과 정보 무질서 상황의 중간 지대를 찾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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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12-01 14:56:40
매번 말했지만, 대부분 언론관계자를 존중한다. 나쁜 건 소수 정파적 기자(ex 정치검사)라는 게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리고 의견이 옳다고 해서 뒤엎거나 해체하자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역사에서 보면 옳은 일도 극단적이면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그리고 피해자 대부분이 선동당한 국민이다. 과학에 절대적 100%로 진리가 있던가. 예전에 옳다고 믿었던 대부분 이론이 수정되고 이론+확률로 정의되고 있는 게 현대 과학 아닌가. 그대들의 의견이 옳은 것도 있지만 마치 내가 정의라고 생각하면, 지금 검찰이 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검찰발 기사(피의사실 공표), 범죄가 나올 때까지 행하는 끊임없는 별건 수사. 이런 검찰의 행위는 자기들만의 정의를 실현한다고 할지라도 절대 민주적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