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돌이 성폭력 줄여? 가해 훈련 도구다”
“섹스돌이 성폭력 줄여? 가해 훈련 도구다”
[인터뷰] 캐서린 매키넌 미시간대 로스쿨 교수… ‘성희롱’ 최초 규정, 스웨덴에 노르딕모델 제안

캐서린 매키넌 미시간대 로스쿨 교수가 지난 4~8일 방한했다. 그는 페미니스트 법학자이자 변호사, 운동가로 1977년 처음 성희롱 개념을 처음 규정했다. 자신이 변호한 성희롱 사건에서 승소를 이끌어내 미국에 판례법리를 남긴 장본인이다. 스웨덴 정부에 노르딕 모델(평등 모델)이라 불리는 반성매매법도 제안했다. 

매키넌은 포르노그래피가 표현이 아닌 ‘행동’이라고 말한다. 1993년 저작 ‘포르노에 도전한다’ 원제는 ‘Only Words(오로지 말)’다. 그는 저서에서 “훈련된 공격견에게 ‘죽여’라고 말하는 건 단지 말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네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관점의 표현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포르노가 만든 세상에서 여성은 “걸어다니는 동의”가 된다.

지난 7일 언론인터뷰에서 여성의 삶을 포르노로 만드는 디지털플랫폼의 역할을 물었다. 매키넌은 최근 사이트 운영자가 검거된 성매매 후기 공유 사이트를 “처음 들어본다. 매우 창의적인 포주문화”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디지털 기술에 맞춘 성착취 방지법이 필요하다면서도 기술발달이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수단으로도 기능한다고 밝혔다. 인터뷰는 이날 예정된 대중강연이 끝난 뒤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이뤄졌다.

사이버 성착취, 유포자·플랫폼 책임 법제화해야

-디지털플랫폼이 성매매후기 사이트, 불법촬영 유포, 청소년성매매 알선 앱, 딥페이크(얼굴합성) 등 성착취 도구로 쓰인다.

매일매일 새로운 게 나온다. 성매매 뒤 후기를 남기는 사이트는 매우 창의적 포주문화다. 여성의 성 상품화가 극단에 이른 현상이다. 내가 안드레아 드워킨과 미국에서 1980년대에 통과시킨 반포르노그래피 시민권법을 법제화하면 어떨까 한다. 그러면 이들 자료를 지금처럼 막거나 내리는 데 더해 법원 명령으로 유포자와 플랫폼을 막고 처벌할 수 있다. (해당 조례는 연방대법원이 위헌 결정해 폐지됐다.)

-플랫폼 시대에 맞춤한 법이 새로 필요할까.

그렇다. 미국에선 최근 성매매 콘텐츠를 올린 사이트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법(FOSTA-SESTA법)이 통과됐다. 이것도 규제범위가 좁다. 디지털 성착취는 다양한데, 예컨대 미국엔 라이브 피드 대화로 아동과 여성을 성착취 채팅앱에 유도하거나, 아동에게 성적 행위를 하도록 만든다. 이 경우 연방정부요원이 아동인 척하고 가해자와 만남 약속을 잡아 체포한다. 인터넷과 디지털기술이 착취를 가능케 하지만 가해자에 책임을 묻는 수단도 된다. 아동포르노에서 피해 아동의 얼굴인식, 에이징(나이변화 인식) 기술을 적용해 이들을 찾는다.

▲캐서린 매키넌 미시간대 로스쿨 교수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캐서린 매키넌 미시간대 로스쿨 교수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미국에서 성매매 알선 사이트로 이용되던 크레이그리스트 페이지와 백페이지닷컴을 폐쇄한 전략은.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는 온라인장터 사이트인데 성매매 광고도 횡행했다. 우리는 그 사이트의 창립자 크레이그를 폭로하는 운동을 해 수치심을 줬다. 소송도 했지만 도움이 안 됐다. 이후 성매매 광고가 백페이지닷컴으로 넘어갔다. 백페이지와 싸울 땐 인종차별이거나 아동을 연상시키는 광고를 수집했다. 성매매 광고에는 여성 인종과 나이 묘사가 항상 붙는다. 가학행위를 즐긴다는 묘사도 수집했다. 백페이지가 폐지됐지만 다크웹이 있기에 근절이 쉽지 않다.

-한국언론의 미투운동 보도를 보면 언론과 댓글에 의한 2차 가해가 불거진다. 미국은 어떻게 대응하나.

우리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일부 언론이 거짓이거나 명예훼손인 정보, 가해자 관점에서 보도했다. 미국에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없고, 허위사실인 보도이거나 익명으로 나온 얘기가 명예훼손일 때 소송을 걸기도 한다. 아직은 전반적으로 괜찮은 미투 저널리즘이 나오고 있다. 미국도 주류언론 다수는 성폭력을 보도하면서 선정적으로 하지 않는다. 이것도 큰 변화다.

-진보진영에도 그래픽·애니메이션, 성인배우 출연 아동포르노를 두고 피해자가 없어 과잉형벌이고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주장이 있다.

누구를 위한 표현의 자유인가? 아동의 자유는 아니다. 아동인 척하는 성인 여성도 아니다. 성 인신매매자와 포르노 제작자들뿐이다. 포르노 자체가 성 인신매매의 한 유형이다. 표현의 자유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때에만 규제받지 않는다. 

강간죄 ‘동의’ 요건, 권력 작은 가해자만 겨냥

-리얼돌에 견해는.

남성이 마침내 ‘완벽한 여성’을 찾았다. 누군가는 섹스돌이 실제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폭력을 줄인다지만 실제는 반대다. 수많은 포르노그래피 연구에 따르면 섹스돌은 ‘훈련 도구’다. 섹스돌은 남성이 죽어 있을 만큼 극단적 수동적인 여성과 성행위하는 도구다. 섹스돌은 싫다고 말하지도, 자신의 욕구를 들어주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한국에서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바꾸자는 운동이 있다.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권고했는데.

요건을 ‘동의’로 바꿔 상황이 나아지리란 생각은 환상이다. 여성이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법이 믿어줄 거라 여기는 것 같다. 이 조항은 동의 여부를 가려내 피해자가 얼마나 저항했는지 집중하게 만들어 논의를 원점으로 돌린다. 법원이 피해자를 놓고 동의했을 사람인지, 순응했을 사람인지 따져 묻게 만든다. 재판 대상은 남성이어야 한다. 강간죄 요건을 ‘동의’만으로 구성한 영국은 강간 신고의 5.7%만 유죄 판결이 나온다. 또, 동의 요건은 권력이 작은 가해자만 겨냥한다. 여성이 위계와 압력에 의해 동의한 경우를 드러내지 못한다. 불평등을 이해하는 강간죄는 가장 큰 권력을 지닌 이들에게 집중할 것이다.

▲캐서린 매키넌 미시간대 로스쿨 교수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대중강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캐서린 매키넌 미시간대 로스쿨 교수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대중강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아동 간 성폭력을 두고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다”, “6세 미만 아동 문제에 성폭력 용어를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는데.

성폭력이 맞다. 그건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이 아니다. 여자아이는 성적 침해를 당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 남아에게 그걸 가르쳤다. 5세 아이가 성폭력 가해를 했다면, 그 아이도 유사한 가해를 당했거나 그 모습을 목격했을 가능성이 높다. 가해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학대가 성립한다. 장관 위치에 있다면 여아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남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 남성이 가해자로 태어난다는 주장은 가해자를 면책할 뿐더러 남성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카메라를 피해, 손가락을 이용해 가해하는 데 생물학적인 구석은 없다. 그건 남성지배 이데올로기이자 파시즘이다.

-고 구하라씨가 고소했던 불법촬영 사건에서 법원은 “명시적 동의는 받지 않았지만 피해자 의사에 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가해자에게 집행유예 선고했다.

모든 여성은 ‘걸어다니는 동의’이다. 사회는 여성의 본질이 성적으로 이용되는 데 있다고 보고, 그게 자연스럽다고 여긴다. 그리고 이를 ‘동의’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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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12-14 12:03:49
"우리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일부 언론이 거짓이거나 명예훼손인 정보, 가해자 관점에서 보도했다. 미국에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없고, 허위사실인 보도이거나 익명으로 나온 얘기가 명예훼손일 때 소송을 걸기도 한다. 아직은 전반적으로 괜찮은 미투 저널리즘이 나오고 있다. 미국도 주류언론 다수는 성폭력을 보도하면서 선정적으로 하지 않는다. 이것도 큰 변화다." <<< 가해자 관점에서 선정적 보도는 2차 피해를 양산한다. 한국언론도 조심하고 있지만, 보도할 때는 항상 유의해야 한다. 기자로서는 단순한 전달일 수도 있지만, 피해자에겐 평생의 트라우마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