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공영방송도 정치에 흔들 ‘난기류’
프랑스 공영방송도 정치에 흔들 ‘난기류’
[프랑스 언론은 지금④] 정치권 변화 때마다 바뀌는 공영방송 관련 법…정부 예산 절감 따라 ‘시니어 인력 관리’ 고민 큰 공영방송 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오정훈, 이하 언론노조)은 9월29일부터 10월6일까지 8일 동안 ‘2019 해외현장조사사업단’을 파견했다.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각 나라의 언론 현장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각 나라의 언론 기관 노조 지부들과 언론정책 정부부처, 언론 유관 기관이다. 유럽 언론의 △제작환경 △고용구조 △미디어진흥 및 규제 정책을 들여다봤다. 미디어오늘은 언론노조의 해외현장조사 사업 가운데 프랑스 일정을 동행 취재했다.
프랑스 최대 언론인노동조합은 정부 정책에 의해 경직된 언론 환경과 기자 노동에 관한 이야기를, 문화부와의 만남에서는 미디어 다양성을 위한 언론 정책을, 공영방송인 텔레비지옹-라디오 노동조합과의 만남에서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들었다. -편집자주

한국의 공영방송은 여전히 사장 인사 등 주요 인사를 할 때 정치권의 영향력이 배제되지 않는 상황이다.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하는 KBS이사회나 MBC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이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사장 선출은 이들 이사들의 투표가 절대적이다.
 
프랑스도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관련 법이 개정되는 등 여전히 정부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우선 공영방송 프랑스TV는 1947년 정규방송이 시작됐고 1949년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통합돼 RTF(프랑스 국영라디오텔레비전)로 창설됐다. 1964년 두 번째 공영방송이 창설, 1973년 세 번째 공영방송이 창설된다. 이렇게 채널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1974년에는 7개의 회사로 분할된다. 1980년대 이후 민영채널이 허가되면서 채널이 다양해졌다. 2000년 개정법을 통해 ‘프랑스 텔레비지옹(Frane Television)’ 그룹이라는 공영방송 지주회사가 만들어지면서 공영채널이 통합된다.
 
2000년대 들어 공영방송 프랑스TV는 시청률과 광고 경쟁에 들어가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했다. 이후 공영방송 개혁 필요성이 대두됐다. 2009년 공영방송 개혁법을 통해 지주회사의 공영채널들(France2~5)이 국 수준으로 편입된다. 당시 개혁법은 뉴스 프로그램의 경우 각자 독립된 편성권을 가지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프랑스TV의 외관. 사진=정민경 기자.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프랑스TV의 외관. 사진=정민경 기자.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 전 대통령이 주도한 개혁은 프랑스TV의 단일 기업화와 대통령의 사장 선임권과 같은 지배구조의 변화를 가져왔다. 개혁 이전에는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권이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CSA(시청각최고심의회, Conseil Superieur de l’audiovisuel)에 있었다. 그러나 이법은 또 바뀌게 된다.
 
5년 후, 프랑수아 올랑드(Francois Hollande) 전 대통령은 또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법을 개정한다. 이로 인해 공영방송사의 사장 선임권은 다시 CSA로 넘어가게 된다. 올랑드 전 대통령은 이때 개혁을 하면서 CSA의 위원구성에서 정부의 권한을 축소시키기도 한다. 

지난 10월1일 방문한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TV에서도 정부가 설정해놓은 방향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랑스 라디오-텔레비전 노동조합 산하 프랑스TV지부의 오세앙 그르니에(Ocean Grenier) 지부장은 “프랑스의 공영방송이 난기류에 있듯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TV의 경우 수신료 외에도 광고, 프로덕션 제작 수입 등이 부수로 들어온다. 이미 시민이 지불하는 수신료가 높은 상황에서, 정부는 예산 절감의 기조로 가고 있다. 한 가구당 연간 138유로(약 18만원)의 수신료를 낸다. 오세앙 지부장은 “수신료 인상 요청을 하기도 하지만 이미 프랑스 사람들은 세금을 많이 낸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현 정부는 예산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주민세를 낼 때 수신료를 함께 내는 시스템이다. 정부가 주민세를 없애려고 해서 수신료를 소득세와 함께 징수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은 한국의 방통위 격인 CSA가 개입하는 형태다. CSA 위원이 정부가 바뀐다고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고 각자의 임기가 있다. 때문에 정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선임하는 방식보다는 정치권에서의 영향력을 덜 받는 방식이다. 2013년 11월15일 개정된 프랑스 공영방송 관련 개정안을 보면 CSA에게 사장 선임권을 줬다. 사장 지원자의 자격, 경력, 전략 계획서를 평가한 후 다수결로 결정한다. 임기는 5년이다. CSA는 사장 연임을 제한할 수 있고 결정시기는 취임 3~4개월 전이다. 취임 2개월 이내 운영보고서를 상하원 의장과 문화위에 제출하고 취임 4년 후 전략 계획서를 기준으로 CSA가 평가보고서를 작성해 상하원 문화위원회에 제출하게 돼있다. 

법 개정이 되기 전 대통령이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했던 시기에는 취업 시기에 따라(어떤 정부에서 취업했느냐에 따라) 정치 성향 등이 다른 현상도 있다고 한다. 오세앙 지부장은 “아무래도 방송 정책에 따라, 혹은 대통령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공식적으론 말하지 않지만 들어온 시기에 따라 사상이 서로 다르기도 하다”고 말했다. 특정 대통령이 집권한 시기에 따라서 특정 정치 성향의 직원을 많이 뽑은 성향이 없진 않다는 것. 하지만 “사상이 다르지만 직원들끼리 서로 갈등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1일 방문한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TV에서 만난 프랑스 라디오-텔레비전 노동조합 산하 프랑스TV지부의 오세앙 그르니에(Ocean Grenier) 지부장(가장 오른쪽)과 조합원들. 사진=정민경 기자.
▲지난 10월1일 방문한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TV에서 만난 프랑스 라디오-텔레비전 노동조합 산하 프랑스TV지부의 오세앙 그르니에(Ocean Grenier) 지부장(가장 오른쪽)과 조합원들. 사진=정민경 기자.

예산 절감으로 인한 ‘시니어 인력’ 내보내기 등 고민 커 
오세앙 지부장이 말하는 공영방송 노동조합의 가장 큰 고민은 시니어 인력 관리였다. 정부가 예산을 줄이는 기조로 돌아서면서 시니어 인력을 내보내고 젊은 직원을 고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에는 정부가 공영방송 관련 예산이나 광고 등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때문에 연차가 높은 노동자들을 내보내야 하는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젊은 직원들의 인건비가 훨씬 낮은 상황 때문이다. 프랑스TV 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49세로, 30세 이하는 3~6% 수준이다.
  
“시니어 인력 2000여명을 감원하고 신입을 1000명 정도 뽑으려고 한다. 인건비 차이가 크게 난다. 대신 시니어 인력이 나갈 때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15개월 정도의 월급을 추가로 지불한다. 공식적으로 70세까지 근무할 수 있지만 62세 퇴직을 장려하고 있다. 60대 초반 퇴직을 장려하는 것은 프랑스 전반적 사회 분위기이기도 하다. 다만 특정 부문을 대상으로 감원하지는 않는다. 노조의 입장에서 나갈 사람을 선정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조합원을 내보내야 하는 상화도 있어서 어려운 입장에 처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 비율을 점차 줄이는 방향으로 해결해가고 있었다. 프랑스TV에는 약 9000여명의 직원이 있는데 2000년대 초반에는 정규직이 40%, 비정규직이 60%였지만 점차 줄어들어 현재는 15%만이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오래 일한 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비정규직 직원 가운데 계약종료를 맞고 법원에 가서 항의를 해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 경우도 있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는 정규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프랑스TV 내부에서 직원이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민경 기자.
▲프랑스TV 내부에서 직원이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민경 기자.

“비정규 직원도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특히 방송 직종의 사회보장이 다른 직종보다 사회적으로 잘 돼 있다. TV, 공연, 영화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이 없을 때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 비율이 다른 직종보다 높다. 그래서 다른 직종보다 사회보장제도가 더 잘 돼 있다. 프랑스TV의 경우에도 비정규직 노조가입에 제한이 없다.”

오세앙 지부장은 노조의 가장 큰 현안으로 다시 한번 예산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예산으로 책정해 주던 돈도 예산 절감을 이유로 다시 가져갈 때가 있다. 돈과 관련한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며 “영국 BBC와 상황이 다르다. BBC의 경우, 몇 년간의 예산이 정액으로 지급돼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나 여기는 그렇지 않아 늘 상황이 바뀐다”고 지적했다. 

참고문헌: ‘프랑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와 독립성: Frane Television을 중심으로’(이원, 인천가톨릭대학교 문화예술콘텐츠 학과, 2014, 프랑스학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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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12-14 21:55:47
허위정보도 많지만, 헌법 범위 안에서 유튜브 방송을 허용한다면, 좀 더 상호보완적인 방송세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적당한 수익이 보장되며, 많은 사람의 지식을 들을 수 있는 곳. 지금의 공영방송과 언론(포털)은 모두 한 방향 통신이다. 즉,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다. 깨어있는 시민의 단합된 힘은 어디서 나올까. 한 명 전문가의 일방적인 전달? 나는 지금의 선택적 구독방식, 누구나 여러 방면의 지식을 가지고 토론할 수 있는 플랫폼. 사실 현대에서 전문가라는 것은 극히 일부분의 전문가다. 모든 사회의 의견을 듣고 대화하며 토론할 수 있는 곳. 지나친 (국내) 자본과 권위가 지배하지 않는 곳 그리고 그런 방식은 통영 되지 않는 곳. 나는 솔직히 유튜브라는 외부 플랫폼이 좀 더 투명하게 발전됐으면 좋겠다.

바람 2019-12-14 21:22:26
프랑스, 일본, 영국, 독일을 보면 공영방송에 대한 정부지원과 국민의 수신료 지원이 한국보다 많은 것 같다. 그만큼 공영방송의 지배력이 커지고,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여야 다툼도 클 거라 본다. 수십~수백 년 동안 공영방송에 임명권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정권에 휘둘리지 않은 공영방송이 있었던가.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심해지면서, 공영방송의 편파성도 더 심해지는 것 같다. 한 예로 유럽지도자 대부분이 자본과 미디어를 장악한 우파 대통령이 선출되지 않았던가. 수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현재의 공영방송 결과는 자본과 대주주에 편향적이다. 공영방송을 키워야 하는가 아니면 독립방송을 더 키워야 하는가. 독점에 관점에서 보면 다양한 방송이 있는 것이 더 시민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