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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도 환경에 따라 탱자가 된다
귤도 환경에 따라 탱자가 된다
[ 시진핑의 고전 리더십 (32) ]

橘生淮南則爲橘, 生于淮北則爲枳, 葉徒相似, 其實味不同. 所以然者何? 水土異也.
귤생회남즉위귤, 생어회북즉위지, 엽도상사, 기실미부동. 소이연자하? 수토이야.

귤나무가 회하의 남쪽에서 자라면 귤이 열리지만, 회하의 북쪽에서 자라면 탱자가 매달린다. 귤과 탱자의 잎은 얼추 비슷하지만 사실 맛은 다르다. 그렇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물과 흙, 즉 기후와 풍토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말은 시진핑이 ‘브뤼헤 유럽대학 강연’ 때 <안자춘추晏子春秋·내편內篇·잡하雜下>에서 따왔다. 왜, 중국은 다른 나라의 정치제도나 발전모델을 따르지 않는가? 시진핑은 이 말을 인용해 “만약 우리 스스로의 ‘토양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외국의 제도와 모델을 배운다면 단지 껍데기에 불과하고, 더욱이 재난수준의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냉전이 끝났을 때 서구의 정치제도 모델을 따랐던 많은 국가들이 여전히 안정적 발전을 이룩하지 못하고 있다. ‘아랍의 봄’ 영향을 받은 많은 국가들 또한 불안한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시진핑은 싱가포르 이광요李光耀 전 총리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광요는 미국이 ‘싱가포르가 독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데 대해 “우리는 나라를 통치하는 것과 관련해 그들의 건의를 따르지 않는다.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들 방식의 생활을 시험하도록 하지 않는다”고 반격한 바 있다. 

▲ 고(故)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연합뉴스
▲ 고(故)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연합뉴스

 

걷는 것이 같을 필요가 없고, 발에 맞으면 된다. 국가통치도 같을 필요가 없고, 인민을 이롭게 하면 된다. 즉, 자신들의 환경에 적합한 제도가 가장 좋은 제도라는 것이다. 시진핑은 이 고사를 인용해 동서양의 문화와 정치적 차이를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 다양하고 다원화하는 세계로 지향할 것을 천명했다. 원전은 다음과 같다.   

晏子至, 楚王賜晏子酒, 酒酣, 吏二縛一人詣王, 王曰: “縛者曷爲者也?” 對曰: “齊人也, 坐盜.” 王視晏子曰: “齊人固善盜乎?” 晏子避席對曰: “晏聞之, 橘生淮南則爲橘, 生于淮北則爲枳, 葉徒相似, 其實味不同, 所以然者何? 水土異也. 今民生長于齊不盜, 入楚則盜, 得無楚之水土使民善盜耶?”

안자가 도착하니 초나라 왕이 안자에게 술을 하사하였고, 연회가 한창일 때 관리 두 명이 한 사람을 포박해 왕을 배알하였다. 왕이 말했다. “줄에 묶여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대답하여 말했다. “제나라 사람인데 도둑질을 하였습니다.” 왕이 안자를 보며 말했다.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 하는가?” 안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했다. “제가 듣기로 귤나무가 회하의 남쪽에서 자라면 귤이 열리지만, 회하의 북쪽에서 자라면 탱자가 매달린다고 했습니다. 귤과 탱자의 잎은 얼추 비슷하지만 사실 맛은 다릅니다. 그렇게 된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 물과 흙, 즉 기후와 풍토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백성이 제나라에서 태어나 자랄 때는 도둑질을 하지 않았는데 초나라에 와서 도둑질을 했다니 초나라의 환경이 이 백성을 도둑질을 잘 하도록 만든 것이 아닐까요?” 

안자는 안영晏嬰의 존칭이며, <안자춘추>는 전국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안영의 언행록으로 정치 문답집이자 간언집이다. 안영이 직접 쓴 책이 아니라 전국시대에서 진나라에 걸쳐 편집됐다. 내편 6편(諫上, 諫下, 問上, 問下, 雜上, 雜下)과 외편 2편을 합해 215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안자춘추>는 대부분 안자를 중심인물로 이뤄졌으며, 이야기의 줄거리가 생동적이고 풍자성이 강하다. 회남淮南은 회하淮河 이남으로 지금의 안후이성(안휘성安徽省)중부지역을 가리키며, 회북淮北은 회하 이북인 안후이성 북부지역을 말한다. 이 고사는 지금도 일단 환경이 바뀌면 사물의 성질도 그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일상적인 비유에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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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12-14 12:46:13
독재자의 리더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