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들, 온실가스 감축 위해 원전 인정?
EU 정상들, 온실가스 감축 위해 원전 인정?
[ 이헌석의 원전비평 ]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속보 경쟁이 치열한 언론 환경을 생각할 때, 오보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인쇄 매체만 발행했던 과거보다 정정 보도와 수정은 훨씬 편해졌다. 하지만 같은 분야에서 오보가 반복되고 잘못된 내용은 계속 수정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탈핵 정책을 둘러싼 보도가 그렇다. ‘중금속 태양광 패널 보도’처럼 명백히 허위사실임이 드러난 보도에 대해서도 일부 언론은 자신들의 보도를 수정하지 않았고, 인터넷상에는 당시 보도 내용이 그대로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들 내용은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해 계속 확대 재생산되었고,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이들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믿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둘러싼 논쟁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부 언론은 로이터 통신을 인용하여 지난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온실가스 감축 방안 중 하나로 원자력발전을 인정”했다며 보도했다. 심지어 “반대하던 독일·오스트리아도 인정”했다며 중간 제목을 잡기도 했다.

[ 관련기사 : 한국경제) EU 정상들 “원전이 온실가스 감축”… 격론 끝 합의 ]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최근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하면서 2050년까지 유럽을 ‘최초의 탄소 중립대륙’으로 만들 세부 계획을 수립 중이다. ‘탄소 중립’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계획이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룰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더구나 온실가스 저감 계획을 차근차근 준비하지 못한 나라의 경우, 많은 난관에 부딪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폴란드가 탄소 중립 시점을 2050년이 아니라, 2070년으로 늦춰 달라며,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폴란드는 에너지 수요의 80%를 석탄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화석에너지 국가라서 대규모 지원 없이 온실가스 감축이 어렵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유럽연합 정상회의는 이런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협상하는 회의이다. 핵발전과 천연가스를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인정할 것인지 아닌지도 첨예한 부분이었다. 체코와 헝가리 등은 핵발전을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늘려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2월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에서 기후변화 및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50여개의 계획안인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2월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에서 기후변화 및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50여개의 계획안인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하지만 기사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합의문에 핵발전을 인정하는 문구가 포함되었는지 여부이다. 5페이지로 구성된 합의문에는 핵발전 관련 부분이 딱 2문장 포함되어 있다. “유럽 이사회는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고 회원국의 에너지 믹스를 결정하고 가장 적절한 기술을 선택할 권리를 존중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한다. 일부 회원국은 핵에너지를 국가 에너지 믹스의 일부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매우 원론적인 수준에서 에너지 믹스에 대한 각 나라의 권리를 인정한다는 사실을 밝혔고, 일부 국가가 핵발전을 사용하고 있다는 ‘상황’에 대해 서술한 것이 전부이다. 국내 보도처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원전을 인정한다’는 표현은 어디에도 들어가 있지 않다. 

오히려 국내 언론들이 인용했던 로이터 통신 기사에는 왜 이런 문구가 들어갔는지 자세히 다뤘다.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의 가난한 3개 나라’에서 경제 전환과 핵발전에 대한 지원을 계속 요구했고,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 폴란드는 합의문에 서명하지 못하고 체코와 헝가리 2개국을 위해 이 문구를 추가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즉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해 이들 나라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 문구를 추가한 것이다.

이 과정에 대해 오스트리아 총리는 “이 과정은 길고 어려운 투쟁”이었다며, “모든 국가는 국가 에너지믹스를 결정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핵발전은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누가봐도 각국의 권리를 존중하지만 핵발전에 반대한다는 의미이다. 오스트리아 총리의 발언 내용은 국내 언론에도 일부 소개되었지만, 같은 내용을 국내 언론은 “오스트리아도 인정”했다며 마치 오스트리아가 핵발전은 옹호한 것처럼 보도했다. 

뉴스의 행간을 분석하고 파악하는 과정에서 평소 가진 관점이 투영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기반한 분석이 아니라면, 그건 ‘소설’에 가깝다. 몇 단어만 입력하면 모든 내용을 얻을 수 있는 21세기 한복판에 언제까지 이런 ‘재미없는 소설’을 계속 봐야 할까? 그리고 이 ‘재미없는 소설’ 때문에 생기는 정책 혼란과 사회적 비용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 여러모로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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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12-22 12:06:52
요즘 일본이 왜 해외 원전건설을 포기하는지 아는가. 간단하다. 해외에서는 체르노빌에 이어 후쿠시마를 보며, 더욱 많은 안전비용을 요구했다. 못사는 나라는 안전을 아예 제외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살아도 원전의 안전을 강하게 요구하고 비용을 크게 높인다. 가장 좋은 예가 영국과 터키다. 영국은 더욱더 강한 안전비용을 요구해서 일본이 철수했고, 터키 또한 안전비용을 요구해서 미쓰비시는 전기세 인상을 요구했지만, 터키국민이 반대해서 결국 무산됐다. 사람들은 지속해서 안전에 관한 관심을 가지는데, 일본이 계속해서 해외원전을 수주할 수 있을까. 사람들의 안전과 암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끊임없이 안전비용을 요구한다면 원전건설 단가는 지속해서 폭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