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기생충’은 지켰다는 영화표준계약서, 왜 논란일까?
‘기생충’은 지켰다는 영화표준계약서, 왜 논란일까?
영화노조 “30억 미만 현장, 당사자 합의로 수당가산 예외 문제”…PGK “30억 미만은 초저예산 영화, 현실 반영해야” 

올해 영화 제작현장에서 적용할 ‘영화산업 근로 표준계약서(표준계약서)’ 수정안이 나오자 노사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하루 12시간 이상 일할 경우 통상시간급의 50% 급여를 추가 가산한다는 조항에 ‘계약당사자간 합의 등이 있는 30억원 미만 규모 영화’를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 표준계약서에 들어갔는데 이를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영화노조, 위원장 안병호)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지난해 12월31일 2020년 표준계약서 수정본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며 “여전히 몇 가지 쟁점이 남아 있습니다만 그 쟁점들은 2020년 초에 열릴 것으로 기대하는 영화 노사정 협의를 통해서 다루고 보완하겠다”고 추가 협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지난해 10월30일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상 ‘노사정협의회’ 구성원인 영진위와 영화노조,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대표 최정화) 등이 참여해 표준계약서 수정을 논의했다. 쟁점은 ‘12시간 초과노동시 통상시간급의 50% 가산 지급’여부였다. 사측으로 볼 수 있는 PGK 쪽은 해당 항목에 비판적이었고 영화노조는 이 항목을 찬성했다. 

영진위가 공개한 표준계약서 수정안에는 추가노동시 50% 가산조항과 단서조항이 있다. 단서는 “다만, 순제작비 10억 미만(계약 당사자간 합의나 작품별 노사 단체교섭에 의해 30억원 미만까지 한도를 증액할 수 있다)의 경우 1일 근로시간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에 대해 통상시간급의 50% 추가 가산은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였다. 괄호 안 내용인 ‘예외를 10억미만이 아닌 30억원 미만 규모영화로 확대한 부분’을 영화노조는 문제 삼았다. 

▲ 영화 '기생충'에서 표준계약서를 지켰다고 관심을 모았다. 영화계는 드라마 등 다른 문화계와 비교할 때 노동환경이 낫다는 평을 받고 있다.
▲ 영화 '기생충'에서 표준계약서를 지켰다고 관심을 모았다. 영화계는 드라마 등 다른 문화계와 비교할 때 노동환경이 낫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화노조는 지난 9일 “영화 ‘기생충’으로 유명세를 탄 ‘표준계약서’ 2020년에는 절차도 내용도 개악되다!”란 성명에서 “(노사정협의) 공식 논의 후 PGK는 순제작비 30억 미만으로 확대할 것을 개별 입장으로 영진위에 요구했다”며 영진위가 노조가 반대하는 PGK 주장을 수정안에 포함한 점을 비판했다. 

영화노조는 한국영화 실질개봉작 186편 중 순제작비 10억 미만이 128편(68.8%), 30억원 미만 영화는 146편(78.5%)이라는 2018년 영진위 통계를 제시하며 “작품의 약 80%를 장시간 노동에 방치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영화노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진위에 “기존 노사합의대로 순제작비 10억미만의 영화에 대해서만 12시간 초과수당의 지급을 예외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외 예외적 내용을 모두 삭제하라”, “영화노사정협의회 합의 없이 영진위의 독단 결정에 사과하고 표준계약서 게시물을 즉시 삭제하라”, “문체부는 ‘영화노사정협의회’를 즉시 개최해 표준 근로계약서 보급에 최선을 다하라” 등을 요구했다. 

▲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로고
▲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로고

영진위는 올해 1월1일자로 300인 미만 사업장에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는데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일단 노조와 PGK 각 입장을 조금씩 담아 일단 발표하고 노사정협의를 이어가려 했다는 입장이다. 

영진위 공정환경조성센터 관계자는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영진위나 문체부는 중재자라 어떤 안을 내는 입장이 아니”라며 “영화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주 52시간 관련) 영진위로 문의가 많이 오는데 노사합의가 안 돼 양쪽 입장을 고려해 중재안 올리고 고쳐나가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영진위 관계자는 “예를 들어 PGK는 과거 표준계약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전반을 다 손 보자는 입장이었고 영화노조는 합의안 전반은 놔두고 일부 조항만 논의하자고 했는데 노조 쪽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사측 입장만 일방적으로 반영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날 오후 PGK는 입장을 냈다. PGK는 “기존 근로기준법상 8시간 초과근무시 50%를 추가하는데 12시간이 넘으면 그 부분에 또 50%를 가산하는 조항”이라며 “어느 산업에서 12시간을 초과한다고 추가 가산하느냐. 하지만 영화산업에선 이 조항을 열심히 지켰다”고 했다.

▲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로고
▲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로고

 

영화노조는 ‘30억원 미만 영화’라는 기준이 자의적이라고 했지만 PGK는 과거 2012년 규정상 10억원이 현재 체감으론 30억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PGK는 “10억미만 영화 128편은 사실상 제작사라는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는다”며 독립·예술영화가 113편이라고 했다. 실제 상업영화로 볼 수 있는 30억원 이상 영화의 평균순제작비는 79억원이라며 30억원 미만 영화는 ‘초저예산 영화’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예외의 범위가 넓지 않다는 주장이다. 

PGK는 쟁점 단서조항 중 ‘계약당사자간 합의’로 30억 미만 영화를 예외로 한 부분을 노조가 문제 삼는 것에 “계약 주체인 개별스태프를 무시하는 것을 넘어 ‘노사단체교섭만으로 가능하다’는 조항으로 노조 힘을 키우겠다는 욕심”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영화노조는 영화계의 소중한 노동조합이기에 대화 파트너로서 최대한 존중한다”며 “지금이라도 오만과 거짓을 그만두고 순수한 열정으로 돌아오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이 기사는 논쟁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평화 2020-01-11 19:19:34
일단 반반씩 양보하면서 어느 정도 타협안을 만든 후에 진행하는 게 어떨까. 우리는 일본 소니 워크맨(산업의 미래 가치)의 교훈을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을 지키려고 변화를 거부하면, 그 사업 자체가 망할 수 있다. 서로 양보하지 않고, 강 대 강으로 대립할 경우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취약계층 노동자라는 것을 노조도 협회도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