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사면초가에 몰린 채널A
사면초가에 몰린 채널A
시민단체 고발‧여론 압박‧재승인 앞두고 방통위 조사… 내부 진상조사는 지지부진

채널A가 자사 기자의 이른바 ‘협박 취재’ 사건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달 31일 MBC는 채널A 이동재 기자가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검찰 고위 관계자와의 친분을 내세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위를 제보하라고 ‘협박’한 정황을 보도했다.

채널A는 취재윤리 위반 문제로 언론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했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국을 뒤흔든 이 사건은 얼마 남지 않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채널A 재승인 절차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채널A는 내부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으나 조사 진행 상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기자 개인 문제로 치부하면 ‘꼬리 자르기’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검언유착을 인정하면 방송사 신뢰도에 큰 타격이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다.

당장 채널A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 문제가 불거졌다. 7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동재 기자와 성명불상의 검사를 ‘협박죄’로 고발했다. 민언련은 이동재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공포심을 느끼게 할 정도의 해악을 고지’했다며 협박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 기자가 지난 2월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에서 “추가 수사로 형이 더해진다면 대표님(이철)이 75살에 출소하실지, 80살에 나오실지 모를 일”, “가족 재산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어 모두 빼앗을 가능성 높다”며 공포심을 조장했다.

채널A에 비난 여론도 뜨겁다. 2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채널A 기자와 검사장을 처벌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책임을 물어달라는 청원이 게시됐다. 이 청원에 7일 오후 6만6000여명이 서명했다. 청원자는 “언론에서 검사들이 흘리는 일방적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협박으로 없는 죄도 만들었을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은 감찰 지시를 해야 한다. 국회는 특검을 추진하고 방통위는 채널A 재승인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7일 오전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채널A 이동재 기자와 성명불상의 검사장을 협박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오전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채널A 이동재 기자와 성명불상의 검사장을 협박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사진=연합뉴스.

방통위 재승인 문제까지 걸려

채널A 재승인 심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달 26일 채널A에 대한 재승인을 보류했다. 심사 결과 채널A는 총점 1000점 중 662.95점을 받았는데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익성 확보 계획 적절성 항목에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협박 취재’ 사건이 터진 것이다.

김언경 민언련 대표는 지난 7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채널A 재승인이 오는 21일까지 결정돼야 하는데, 방통위에서 이미 심사가 다 끝났다. 심사가 끝난 상황에서 이 사건이 터졌다”며 “조건부 재승인 같은 애매한 결정이 아니라, 재승인을 취소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방통위 움직임 하나하나가 주목받고 있다. 방통위는 오는 9일 비공개로 채널A 의견을 청취한다. 채널A는 진상조사위 구성과 진행 과정에 함구하고 있다. 김차수 채널A 대표는 6일 미디어오늘에 “외부에 말할 정도로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외부 자문위원회 검증 절차를 거친 후 조사 결과를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건 당사자인 이동재 기자에 대한 징계 여부 등도 조사가 끝난 후 논의할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디자인=이우림 기자.

기자 개인의 문제로 끝내기엔

동아미디어그룹에서 진상조사위를 구성한 게 처음은 아니다. 동아일보는 2008년 자매지 ‘신동아’가 그해 12월호에 경제 논객 ‘미네르바’를 사칭한 사람의 기고문을 싣고 2009년 2월호에 이 인사 인터뷰를 보도한 건으로 진상조사위를 꾸린 적 있다. 당시 진상조사는 2009년 2월16일부터 3월16일까지 한 달 동안 진행됐다. 보고서에는 기고문 게재 경위, 인터뷰 추진 경위, 사칭인 자백 경위, 문제점 등이 담겼고 동아일보는 취재 및 보도 원칙 재정립과 교육 강화, 내부 심의 강화, 독자위원회 설립 등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했다. 채널A 진상조사위가 참조해야 할 내용이다.

이동재 기자의 ‘일탈’로만 바라볼 수 없는 부분도 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채널A 기자는 지난 3월10일 이 전 대표 측에게 “회사에도 보고했고 간부가 직접 찾아뵙는 게 좋겠다고 했다”, “회사에서도 그만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는데, 채널A 보도본부 어디까지 기자의 보고가 이뤄졌고 기자에게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 규명돼야 한다.

이 기자가 편지에서 채널A 강점으로 “채널A 법조팀원들은 많은 검찰 취재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고려해보면, 검찰 취재원을 활용한 이 같은 ‘보도 거래’가 채널A 전반에 퍼진 관행은 아닌지도 살펴야 한다.

아울러 진상조사위가 밝혀야 할 핵심은 이 기자와 검사와의 녹취 여부 및 그 내용에 모아진다. 이른바 ‘검사장 녹취록’ 여부는 채널A가 이 기자 개인 일탈로 사안을 끝내기 어렵게 만드는 결정적 요소로, 채널A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검사장 녹취록이 실재하고 이를 바탕으로 검언 유착을 채널A 스스로 인정한다면 방송사 신뢰에 치명타를 가하는 셈인데 이는 진상조사위의 딜레마로 풀이된다. 채널A는 내부 1차 조사 후 외부 자문위원이 2차 검증하는 과정을 계획 중인데 조사 결과 신뢰를 담보할 외부 자문위 구성인지 또다시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한편, 채널A 노동조합이나 기자협회지회는 이 사안에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종석 한국기자협회 채널A지회장은 7일 “진상조사위 조사 발표 이후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며 “일단 조사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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