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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4·15 총선 보도 다섯 가지 프레임
조선일보의 4·15 총선 보도 다섯 가지 프레임
[비평] 친문 독재, 여당에 유리한 선거법, 조국vs반조국, 포퓰리즘, 여론조사 신뢰성

19대 대통령 선거 1주일 전인 2017년 5월2일,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文 후보 ‘노무현 비극’ 보복하려 집권하는 건가”였다. 이 사설에서 “극우 보수세력을 완전히 궤멸”, “쭉 장기 집권” 등 이해찬 당시 공동선대위원장 발언을 인용했다. 이는 전날인 5월1일 사설에도 인용했던 말이다. 

이날 사설에선 문재인 대선 후보의 “선거철 되니 또 색깔론, 종북몰이가 시끄럽다. 이제 국민도 속지 않는다, 이X들아”라는 말도 인용했다. 이 발언을 신문에서 활자화하면 폭력적 언사로 들리지만 실제 지지층 앞에서 진행한 유세연설 영상을 보면 그 정도 톤의 발언으로 보기 힘들다.

종합하면 ‘문재인의 독주(독재)가 우려되니 보수층이 결집하자’는 주장이다. 대선 전날인 5월8일 김대중 고문의 칼럼 제목 ‘저 후보가 대통령 되면 어떤 세상 올 것인가’로 요약할 수 있다. 

상대를 폭군으로 그려 보수층 유권자에게 공포를 조장하는 전략은 미래통합당 계열(당시 자유한국당) 정당과 조선일보가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조선일보는 이를 반복하고 있다. 

▲ 조선일보 사옥 간판.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조선일보 사옥 간판.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1. 친문 독재 심판하자

지난 6일 조선일보는 1면 “與·비례 원팀작전, 그끝은 국회·공수처 장악”에서 익명의 여당 관계자가 “원내 1당이 될 것”이라고 한 발언을 인용하며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을 합쳐서 비례 20석이 넘을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여당이 국회와 공수처, 검찰까지 좌지우지하는 독재는 막아야 한다”는 통합당 입장으로 이 기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총선 최대 관심 지역인 서울 종로 이낙연 민주당 후보와 황교안 통합당 후보의 첫 토론회를 전하며 조선일보는 황 후보의 “좌파 독재정권”이란 발언을 제목으로 뽑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2018년 지방선거 때부터 현 정부의 열성 지지층을 ‘문빠’라고 비하하는 표현을 지면에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폭군이고 그를 지지하는 국민은 괴물’이라는 주장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4월21일 “드루킹이 전부 아니다, ‘文빠’들의 댓글부대”, 5월5일 ‘“조폭 묻은 후보들 연일 검증하자” 연일 때리는 문빠들…왜?’ 같은 기사로 폭력적인 모습을 부각했다. 

최근에도 ‘문빠’란 표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2월18일 ‘심재철 “문빠들 이성 상실…국민들 정권심판론 불타오를 것”’, 3일 뒤인 21일 최보식 칼럼 “괴물이 된 ‘문빠’”, “[동서남북] ‘문빠’를 향한 이해찬의 ‘마지막 소임’” 등 특정 유권자 비난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신문을 보고 있으면 정말 여권과 그 지지층을 심판해야 할 분위기다. 

▲ 지난 2월21일 조선일보 칼럼
▲ 지난 2월21일 조선일보 칼럼

 

2. 현재 선거법, 여당에만 유리한 규칙?

보수층 유권자를 집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현재 선거법이 여당에게 유리하고 야당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을 범여권의 독주라던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주장과 유사하다. 여당을 포함해 거대 양당이 실제 얻은 표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해온 역사,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는 기사에서 배제했다. 

▲ 지난 6일자 정치면 기사.
▲ 지난 6일자 정치면 기사.

 

지난 4일자 1면 “선거법 만든 與, 법 지키라는 선관위 공격”, 지난 6일자 3면기사 ‘“민주당과 우린 파란피 나눈 형제”…세쌍둥이, 親文 독주 노린다’ 기사를 보면 민주당이 선거법을 악용해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로 친문독주를 이어간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래통합당이 대놓고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든 것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3. 다시 등장한 조국 프레임

출마도 안 한 조국이 등장했다. 조선일보는 7일자 기사에서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여권은 철저히 ‘친문·친조국 공천’을 했다”며 총선 구도를 ‘조국 대 반(反)조국’으로 만드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이슈는 여권에게 불리하다. 도덕성을 강조해 온 현 정부 인사의 위선이 드러나며 불공정의 상징처럼 돼 범여권 지지층을 분열하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이 출마하지도 않았는데 조선일보 표현대로 통합당은 조국 프레임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조선일보도 합심하고 있다. 지난 1일 ‘야권 “與, 총선 후 조국 대통령 만들려 한다”’란 기사를 보도했고, 지난 2일 양상훈 칼럼의 제목은 “‘소주성, 탈원전, 조국, 울산공작’이 총선서 이긴다면”이었다. 

지난 6일 조중식 부국장 칼럼 “大衆은 진보와 야만 사이에 있다”는 ‘n번방 사건(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다루다 조국 얘기로 흘렀다. “여론은 항상 옳은가. ‘조국 수호’ 서초동 집회 참여 인원이 ‘조국 퇴진’ 광화문 집회 참여인원보다 많았더라면 조 전 장관은 그 숱한 파렴치한 행적에도 장관직을 유지해야 했나. 민주 시스템이 종교적 맹신 행태를 보이는 건 민주주의의 적(敵), 대중 독재로 가는 길이다.”

자연스레 조 전 장관 수사를 진행한 윤석열 검찰총장도 소환했다. 조선일보는 3일 ‘“親 조국 세력 심판” “윤석열 손보자”…2차 조국大戰’에서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이번 총선은 조 전 장관과 윤 총장의 생사가 달린 선거’라며 ‘친문·친조국 패권을 심판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10일 1면 톱기사 제목은 “총선 ‘태풍의 눈’ 된 윤석열”이다. 이 기사에서도 “코로나 사태에 묻혀있던 ‘윤석열 대 조국’ 구도가 부활하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4. 여당 공약은 매표행위?
 
정당 공약 검증은 언론의 역할이다. 다만 조선일보의 여당 정책 검증은 특정분야에 쏠려있다. 10일 사설 “총선 며칠 전 450만명에게 1조 살포, ‘고무신 선거’와 뭐 다른가”에서 정부가 아동이 있는 가구에 상품권 40만원,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에게 임금 27만원 등을 주겠다고 발표하자 이를 “1960년대 고무신 뿌려 표를 얻던 ‘고무신 선거’와 뭐가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가 복지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급기야 박정희 군사독재정부가 했던 불법행위와 견주기 시작했다. 해당 사설에는 “긴급재난지원금은 갈수록 판이 커지고 있다” “현금 뿌리기 카드” “역대급 세금 살포” “유권자 현혹” 등의 표현을 썼다. 이날 다른 사설에서도 “현금 살포 등 매표(買票)성격 자금이 수십조원에 달한다”고 했다. 

5. 믿을 수 없는 여론조사, 누구에게 유리한 기사인가 

4년 전인 2016년 4월8일 조선일보는 1·3면에서 여론조사로 20대 총선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응답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여론조사가 쏟아지는 와중에 신뢰성 문제는 적절한 지적이다. 조사기관이나 유무선 비율 등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이날 “전문가들은 이처럼 판세가 불투명하고 접전 지역이 많을수록 여야 어느 한쪽이 대승하고 다른 쪽은 대패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기사에선 “통상 휴대전화를 추가하면 야당(당시 민주당) 지지율이 다소 올라간다”고 했다.

결국 현재 다수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결과는 집전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새누리당(현 통합당)에 불리하다는 내용이었다. 당선 가능성이 낮으면 투표장을 찾지 않는 유권자들의 심리를 고려할 때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지적하는 기사는 그 자체로 보수층 집결에 유리해질 수 있다. 

▲ 20대 총선 전인 2016년 4월8일 여론조사 신뢰성을 지적하는 기사
▲ 20대 총선 전인 2016년 4월8일 여론조사 신뢰성을 지적하는 기사
▲ 2020년 4월8일 여론조사 신뢰성을 지적하는 기사
▲ 2020년 4월8일 여론조사 신뢰성을 지적하는 기사

 

4년 뒤인 지난 8일, 조선일보는 정치면 톱기사에서 “집전화 비율따라 결과 다 달라…한국 여론조사엔 과학이 없다”에서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민주당이 앞서는 지역구 여론조사 결과를 그래픽으로 크게 배치했고, 바로 하단에는 “지난 총선땐 1주일새 표심 대이동”이란 기사를 배치했다. 그 밑에는 통합당의 “샤이보수가 득표율 올릴 것”이란 발언을 기사 제목으로 했다. 종합하면 ‘여론조사 결과는 보수정당에 불리하게 나와 믿을 수 없다’는 흐름이다.

지난 9일 정치면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유무선 비율을 바꾸면 통합당 후보가 앞선다는 내용을 기사화했다.

조선일보의 선거보도가 통합당 계열 정당에 편향했다는 게 문제는 아니다. 객관·중립 보도란 있을 수 없고 신문이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이 정파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다만 그 방식엔 문제가 있다. 예컨대 긴급재난지원금 등 최근 정책들이 경기부양 면에서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는 비판을 할 수 있더라도 박정희 정부 시절 불법선거 행위와 같다는 비난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조선일보가 보수정당만의 전략서에 불과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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