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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제자 성추행’ 현대무용가 3년 구형
검찰, ‘제자 성추행’ 현대무용가 3년 구형
“거부 없었다” “피해자 말 신뢰 못 해” 주장 반복, 검찰 항소심도 3년 구형
피해자 “피고인 측 위증 지속” 엄벌 탄원

자신이 지도한 여성 무용 전공생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실형을 받은 유명 현대무용가 항소심에서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 무용가 측은 “위력에 의한 추행 행위는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 제8형사부(부장판사 정종관)는 20일 성폭력특별법 위반(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 혐의로 구속된 현대무용가 류아무개씨(50)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고 검찰과 류 안무가 측 최종 주장을 들었다. 류씨는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날 류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년을 구형하며 5년의 보호관찰명령 처분 청구도 유지했다. 

▲KBS “'선생님 말대로 해야 상 받는거야 제자 성추행 ‘무용계 큰손’” 보도 갈무리.
▲KBS “'선생님 말대로 해야 상 받는거야 제자 성추행 ‘무용계 큰손’” 보도 갈무리.

 

류씨 측은 무죄를 주장했다. 류씨는 이날 이뤄진 피고인신문에서 “(사건 당시) 서로 동의하에 스킨십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후 서로 간 오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표현한 적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성추행이 거듭되자 ‘선생님 그만 좀 하시면 안돼요’ 등의 말로 거부했다고 증언해왔다. 

류씨 변호인도 변론에서 “피해자가 본인에게 불리한 부분 진술은 회피하고 일관성이 없는데다 제3자(피고인 측 증인) 진술만 봐도 상이한 부분이 많다”며 “피해자다움이라는 피해자상을 그려놓고 그에 맞춰서 진술을 과장하거나 축소·생략시켰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진술이 범죄사실에 부합하고 진술에 비합리성이나 모순점이 없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을 반박한 것. 

변호인은 또 “범죄구성요건상 피해자 의사에 반했는지 피해자가 피고인의 보호·감독을 받는 관계였는지 위력에 의한 추행인지를 개별적으로 엄격히 따져야 하는데 1심 재판부는 보호·감독을 받는 지위에 있으니 피해자 의사에 반했다고 볼 수 있고 위력 추행도 인정된다고 봤다”며 1심 판결을 반박했다. 

위력의 존재도 부정했다. 피해자는 류씨가 스승이었던데다 류씨가 현대무용계에서 유명 댄스컴퍼니를 운영하는 권위자라고 밝혀왔다. 류씨는 현대무용진흥회의 최고무용가상(2001), 한국춤비평가상 작품상(2013) 등을 수상하며 한국현대무용협회나 현대무용진흥회 등 이사도 역임했다. 그의 배우자는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교수로 현대무용진흥회 이사 및 각종 콩쿨 심사위원 등을 역임해왔다. 

류씨는 이날 ‘무용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졌느냐’는 질문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더해 변호인은 “교습자, 강습자 등 직업적 권위를 남용했다고 (1심은) 판단하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직업적 권위를 행사했는지 판시되지 않았고 입증도 안 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2005년부터 2018년까지 류씨와 류씨 배우자 측이 서울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받은 지원금이 5억5000만원이 넘는다며 보편적 사례가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류씨는 최후 진술에서 “신체 접촉은 인정하지만 절대로 위력, 위압에 의한 건 한 번도 없었다. 서로 애정이 있다 해도 서로 간 배려를 더욱 고려하고 세심하게 판단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며 “스승으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은 잘못과 피해자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책임을 후회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엄벌 탄원 “‘피해자답지 않다’고 입모아 비난한 피고인 측 증인들”

이번 항소심에선 류씨 제자 등 관계자 3명이 출석해 피해자가 ‘류씨 같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거나 의무도 아닌데 류씨 공연을 도왔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피해자는 이에 류씨 측이 법정에서 위증을 거듭했다며 “사람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경험을 하며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다”고 재판부에 탄원했다. 

탄원서를 대독한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고인 측 증인들은 평소 존경하고 닮고 싶었던 선생님, 평생 함께 하고 싶었던 친구, 같이 땀 흘리고 어렵게 무대에 오른 동료들이었지만 내가 ‘피해자답게’ 행동하지 않았다고 입 모아 비난했다”며 “과거 다른 사람들과 쉽게 어울렸던 나는 지금은 낯선 사람과의 짧은 대화에도 거부감을 느낀다. 내 행동과 말이 미래에 어떤 안 좋은 영향을 끼칠지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나를 성폭행하고 내 영혼을 말라죽게 한 것뿐만 아니라 재판 이후에도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진심어린 사과 없이 지금까지도 2차 가해로 정신적 고통을 주고 있다”며 “사람에 대한 신뢰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깨졌지만 아직 정의는 살아있다고 믿고 싶다”고도 대독했다.

변호인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을 20대 중반인 제가 5년 전의 상처를 딛고 굳건하고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피고인에게 법률 안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엄벌을 내려주시길 부탁드린다”는 피해자 입장을 대신 전했다.

류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달 26일 10시30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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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5-20 22:07:59
스승과 제자 사이라면 좀 더 조심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스킨쉽 거부 의사가 없다고 피해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스승이라면 좀 더 깊게 생각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