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윤미향과 정의연의 ‘언론플레이’는 실패했다
윤미향과 정의연의 ‘언론플레이’는 실패했다
[기자수첩] 언론 탓 이전에 위기대응·메시지 관리 실패해 의혹 증폭…해명과정에서 존재근거까지 부정, 당내에선 ‘늦었다’는 지적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과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전신 정대협)은 시민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접하는 통로였다. 이 사안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고 여론을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돌아보면 언론은 이들을 성역으로 만들었고, 이들은 사실관계나 운동노선에 대한 논리적 우위가 아닌 피해자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쉽게 언론플레이에 성과를 낸 측면이 있다. 

지난 2014년 5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순덕씨 부고를 전하며 언론에선 “관부재판의 마지막 원고”라고 썼다. 4년 뒤인 2018년 개봉한 관부재판 관련 영화 ‘허스토리’에는 해당 보도들을 그대로 인용했다. 오보였다. 관부재판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도 함께 일본 정부에 사죄 등을 요구한 재판이다. 이씨가 사망했지만 원고 중 생존한 근로정신대 피해자가 있었다.

오보의 시작은 윤 당선인이었다. 그는 당시 미디어오늘에 “(근로정신대가 아닌) 위안부 중 마지막 원고였다”고 바로잡았다. 이는 ‘정신대’를 내건 단체 대표가 ‘위안부’ 문제를 부각하며 근로정신대를 지운 사건이다. 의도와 무관하게 무책임한 행동이고, 그만큼 미디어가 윤 당선인과 정대협이란 취재원에 조건없이 의존한 현실을 보여준다. 

▲ 윤미향 당선인. 사진=민중의소리
▲ 윤미향 당선인. 사진=민중의소리

윤 당선인과 정의연은 최근 쏟아지는 비판에 우왕좌왕했다. 수사기관의 판단도 남았으니 사실관계는 논외로 하고, 이들의 위기대처법이 어떻게 논란을 증폭하는데 일조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사안 관련 언론의 왜곡보도는 이미 미디어오늘이 지적했고 이번엔 언론대응 방식에만 초점을 두려고 한다. 지난 7일부터 피해자 이용수씨가 정의연 회계문제와 수요집회로 상징하는 운동방식, 윤 당선인의 국회 진출 등을 비판한 이후 정의연과 윤 당선인의 메시지 관리는 한마디로 ‘실패’했다. 

지난 11일 정의연 첫 기자회견은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 발언으로 시작했다. 국민적 관심사가 ‘정의연 회계 유용 여부’였는데 25분 가까이 정의연의 역사 등을 설명하며 기자들을 향해 “한국 분들이죠? 어떤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참담하다”, “책은 한 줄 읽었을까” 등의 말로 훈계했다. 정의연은 기부금 사용내역 공개나 외부회계감사에 대해선 “가혹하다”며 거부했다. 조선일보 기자가 윤 당선인의 월급 출처 등을 묻자 사회자까지 화를 내며 제지했다. 

조직이 위기를 벗어나는 방식은 두 가지다. 대중의 망각에 기대거나 빠르게 사과하는 방법이다. 점점 투명해지고 정보유통이 빨라지는 사회에서 후자의 중요성이 커진다. 사과 방식은 매뉴얼처럼 정해져있다. 구체적으로 사과하고, 피해 주체를 명시한 뒤 이에 공감해야 한다. 이어 재발방지 대안을 발표하고 이미지 쇄신을 위해 조직의 새 비전을 제시하면서 우호집단(구성원, 연대단체 등)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메시지도 덧붙인다. 비전은 사익이 아닌 공익에 초점을 둬야 한다. 

이는 진정성 있는 주장을 전개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25일 이씨의 기자회견을 보면 대본이 없었지만 메시지가 명확·구체적이며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정대협의 ‘위안부’ 운동이 왜 한계를 지니는지 구체적 사례를 들어 비판했고, 피해자인 고 김복동씨가 어떻게 이용당했는지를 말하면서 비판 목적이 다음 세대의 운동방식을 고민하는 맥락임을 밝혔다. 끝으로 직간접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여성에게도 사과했다. 실체적 진실은 윤 당선인과 이씨 주장 사이 어디쯤 있겠지만 이는 더 설득력 있게 말하는 쪽으로 수렴하는 게 현실이다. 

▲ 이용수 전 정대협 공동대표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MBC 화면 갈무리
▲ 이용수씨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MBC 화면 갈무리

정의연 첫 회견 다음날인 12일 이 이사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씨가) 나이가 들어 생각이 안 날 수 있다”며 ‘위안부’ 피해자의 ‘기억’을 거론했다. 일본 우익들이 ‘위안부’ 문제를 비난할 때 쓰던 무기였고, ‘기억’을 통해 정의를 세워야 하는 단체로선 스스로 존재 이유를 무너뜨리는 발언이다. 

피해자를 먼저 부정한 건 윤 당선인이었다. 그는 이씨 문제제기 다음날인 8일 YTN에 ‘지난 총선 때 시민당 공천에서 탈락한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공동대표를 만난 뒤 이씨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일본 우익들이 ‘정대협이 피해자들 주장을 왜곡한다’고 말하는 것과 본질에서 차이가 없다.

이 주장을 방송인 김어준씨가 이어받았다. 26일 김씨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최 대표 배후설’을 주장하며 “회견문이 할머니의 문장이 아니”라고 했다. 이씨와 글공부라도 해본 걸까. 일각에서 피해자인 이씨를 친일파나 치매환자처럼 비난하는 가운데 ‘최 대표 배후설’은 그에 비하면 역풍이 덜한 주장이라고 판단해 택한 음모론일까.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윤 당선인은 속 보이는 언론플레이 중이다. 12일 페이스북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자신을 빗대며 ‘친일 공세’라고 했고, 같은날 경향신문 ‘단독인터뷰’에서 “위안부 운동의 도덕성을 파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연이 기자회견때 강조하던 내용이다.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작은 실수를 부풀리냐는 식의 주장이다. 

같은날 MBC ‘단독인터뷰’에서도 위안부 운동의 어려움을 말하며 “제가 국회를 간다고 했을 때 할머니 반응은 ‘잘했네, 함께 우리 문제 해결하면 되겠네’였다”고 했다. 이씨는 “잘했네” 한마디를 했을 뿐 국회 진출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윤 당선인이 지난 19일 이씨를 찾아가 무릎 꿇고 사죄해 용서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씨는 “안아 달래서 안아줬지만 용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언론에 했던 배경은 하나로 수렴된다. 자신들이 주장하고 연출하는 대로 언론과 대중이 판단해줄 것이란 잘못된 믿음 탓이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물었다. ‘정의연 관계자들이 의혹에는 동문서답하고 자신들 성과만 자랑하면서, 설득을 해야할 기자나 국민들과 싸우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는 진단에 공감했다. 그는 “(비판을 받아 본) 경험이 없어서 그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활동가는 자신의 단체 위기대응 방식을 전했다. 위기가 발생하면 주요 구성원들이 모여 인정할 것과 부인할 것, 메시지의 톤 등을 결정한 뒤 창구를 단일화한다고 했다. 친한 기자라고 개별 활동가들이 한마디씩 하면 의혹이 커질 우려가 있어서다. 비언어 표현도 설득과 사과의 주요한 요소다. 명쾌한 주장과 단호한 용어로 메시지를 전하되 표정이나 어조는 냉철하고 신중해야 한다.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지난 2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1대 초선 국회의원 의정연찬회에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지난 2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1대 초선 국회의원 의정연찬회에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정제되지 않은 용어들, 회견 중에 발언을 서로 자제시키며 보인 혼란, 피해자를 향한 공격, 이어지는 각종 의혹 끝에 이 이사장은 인터뷰나 SNS 활동을 접었고, 윤 당선인도 침묵 중이다. 당내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4선인 강창일 의원은 26일 “상식적인 선에서 (윤 당선인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며 “당이 먼저 (사실확인을) 했으면 좋았는데 검찰수사가 시작해 시기를 놓쳤다”고 했다. 

SNS와 인터넷 언론이 발달한 시대에 쏟아지는 비판이 억울할 순 있다. 다만 언론은 단기간에 사안을 증폭시킬 순 있지만 새 팩트가 없는 한 같은 문제를 반복보도할 수 없다. 문제를 장기화하는 책임이 윤 당선인과 정의연에게도 있다는 뜻이다. 정의연이 ‘정대협 원로들의 입장’이라고 윤 당선인을 지지하는 글을 내놨는데 곧바로 윤정옥 이대 명예교수 등이 ‘입장문에 동의한 적 없다’는 반박이 나오는 것도 보수언론과 친일세력의 공격이라고 봐야 할까. 

기자회견에서 기자는 국민의 대리인이자, 회견 내용과 분위기를 펜과 카메라에 담아 전달하는 매개체다. 적대적으로 보이는 기자를 제압하려는 방식으로 논란을 진화할 수 없고, 오히려 이 장면을 본 이들에게 반감을 더하게 된다. 25일 이씨의 회견 직후에도 정의연은 ‘기자들의 이해를 돕겠다’며 자신들의 운동성과 관련 ‘설명자료’로 입장을 갈음했다. 

연일 톱뉴스를 장식하는 이슈에선 미디어의 왜곡이 있더라도 이는 일시적이고, 상당수 바로 잡힌다. 본질은 자신들이 내놓는 메시지다. 검찰이 불기소처분 하더라도 윤 당선인과 정의연은 최근 20여일간 내뱉은 언어와 표정을 주워 담을 수 없다. 정의연을 멀리서 지지하고 강제동원 문제에 가슴 아파했던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논란 이후가 진짜 위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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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네 2020-06-18 07:43:14
자세와 태도를 지적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
팩트부터 확인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리고 언론의 자세와 태도는 훌륭했을끼?

노빠이십년차 2020-05-27 22:22:28
까고 있다 정말 ㅋㅋ

국민 2020-05-27 13:23:42
장슬기 씨가 제대로 옳게 짚었네!!!